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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품있는그녀 Mar 12. 2021

너를 지적질하면 내가 잘난 줄 알지

어설픈 나르시시스트는 가스라이팅도 못한다

가스라이팅 : 심리학적 조작을 통해 타인의 마음에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켜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그 사람을 정신적으로 황폐화시키고 그 사람에게 지배력을 행사하여 결국 그 사람을 파국으로 몰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심리학 용어 -위키백과


나르시시스트가 정말 잘하는 게 가스라이팅이라고 한다. 심리학적 조작을 통해 사람을 조종한다는 것이다. 흔히 판을 짠다고 하지. 사람들 사이에서 은근히 다른 말을 퍼트려 고립시키고 나만 의지하게 만들어 그 사람이 나만 의지하게 만든다든지.


그런 면에 있어서 내가 나르시시스트가 맞다면 아주 부족한 나르시시스트가 아닐까 싶다. 나도 의도치 않게 가스라이팅을 시도한 적이 수차례 있었다. 의도치 않았다는 것은 심리 조작의 목적 따위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 상대방을 지배하려는 목적? 그런 대단한 머리는 쓰지 못한다.


다만 나는 외로웠다. 친한 사람들과도 늘 경쟁(나 혼자서) 해야 했고, 누구보다 인정받아야 했고, 그러므로 돋보여야 했으므로 누군가를 찍어 눌러야 했다. 그런 과정에서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을 리 없다. 한편으로 마음이 상하는 사람을 나는 분명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상대방을 적대시했고, 편을 갈랐으며, 그렇게 내 편이라 생각하는 사람에게 상대방의 험담 등을 했다. 그렇게 가스라이팅을 했던 것 같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심리와 마음이 움직이는대로 내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그렇게 했다. 그런데 최근 공부를 하다 보니 나의 그런 행동들이 가스라이팅의 형태였고, 그 원인이 나 혼자 경쟁하려는 구도를 만들어 상대를 적대시했던 것이 원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그것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사람들은 결국 나의 의도가 선하지 못했다는 것을 눈치챘다. 나의 그림자를 나는 들켜버린 것이다. 결국 나의 가면은 깨져버렸다. 나는 견딜 수 없이 괴로웠다.


이후로 나는 더욱 견고하게 '착한 척'가면을 썼다. 하지만 결혼 이후 집에서는 굳이 '착한 척'까지는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나의 우월성을 증명하려고 했던 것일까?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은 나보다 부족하니, 부족한 너희들의 부족을 일깨워주겠노라.' 뭐 이런 느낌일까. 그렇게 지적질을 했다.


나르시시스트에게 지적질은 결국 자기 증명이다. 자기 자신의 우월함을 증명하기 위하여 상대의 흠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나를 지적하면 그것은 '선전포고'와 같다. 당장 싸우자는 거다. '내가 지금 얼마나 많은 일들을 처리하고, 얼마나 많은 것을 했는데, 겨우 그거 하나 못했다고 나에게 지적을 했어?' 참고로 나는 상대방에게 분명 그렇게 행동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다음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특히나 지적질이나 구박받았다고 하여 다음부터 조심하거나 문제였던 행동을 멈추는 사람은 절대 없다. 그러니 그 문제가 반복이 된다.


그리고 나는 괴로워진다.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며,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며, 하라는 대로 하지 않는다며, 때로는 사랑하지 않는 거라며.... 슬퍼하고 원망했다. 그리고 나의 슬픔과 원망을 듣는 상대방은? 미안해했다. 내 앞에서 죄인이 되어갔다. 나는 그때 남편이 숨 막혀한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숨 막히는 아내이자 엄마였다. 그리고 그런 숨 막히는 표정을 보는 나도 고통스러웠다.


나는 문제를 겪고 있었다. 대체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내가 하면 안 될지도 모르는 그것을 멈추는 방법도 모르겠다. 멈춘다면 그러면 그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너무 힘들고 아팠다. 지쳐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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