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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품있는그녀 May 06. 2021

자존감은 유리에 낀 오래된 때와 같아서

지우고 또 지우고 지워야 한다

자존감을 정말 잘 설명한 그림이다

자존감은 투명한 유리상자 안에 잘 보관되어 있다. 우리는 그 유리상자를 매일같이 잘 닦아주어야 한다. 먼지는 이상하게도 한 번 쌓이기 시작하면 점점 더 모이고 얼룩져서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그때가 되면 너무 늦는다. 그렇게 되기 전에 잘 닦아 주어야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찌들어버린 때는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을 만큼 더러워져버린다. 그렇게 자존감은 자취를 잃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정성을 다하여, 최선을 다하여 때를 닦아야 한다. 치트키는 없다. 만능 약품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열심히 닦는 수밖에.

 

정성이 없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내가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은 그랬다. 유리에 낀 낡고 낡은 찌든 때를 닦고 닦아 걷어내는 과정이었다. 그게 쉬울 리가 없었다. 한 번에 될 수도, 쉽게 성공할 수도 없었다. 계속 반복해야 했고, '이 방법이 진짜 맞나?' 하는 의심이 수차례 들었다. 차라리 원래 하던 대로 편하게 살고 싶었다. 내가 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더는 이전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아이를 꾸짖는 엄마, 남편을 바가지 긁는 아내, 세상에 분노가 가득한 여자, 우울함 가득한 인간으로 살기 싫었다. 나도 평범하게  평온하게 살고 싶었다. 그저 그런 단순 바람이었다.


평온. 내가 바란 것은 오직 그것 하나였다. 내 마음에 평온. 온통 비바람이 치는 바다와 같은 내 마음이, 잔잔한 바다가 되기를 바라는 것. 겨우 그런 것이 소원이라면 믿어질까. 나는  평범한 사람 꿈꾸는, 평범하지 못한, 평범한 사람이었다.




어느 날 내가 만난 그녀는 나에게 나 자신의 모든 것을 인정해주라고 했다. 온전히 자기편이 되어, 자기의 모든 것을 인정해주라고 했다. 그때까지 나는 인정이란 타인이 내게 주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내 스스로 나의 작은 부분까지도 소중히 여기기 시작하자, 나는 비로소 나의 색깔을 찾았고, 나로서 존재하게 되었다.


그녀는 또 내게 말했다. 자기 자신은 소중하다고. 그냥 존재 자체로 소중하다고.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타인들은 다들 소중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나는 나 스스로를 소중하다고 여기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이면에는 나를 소중히 여겨주지 않은, 막대했던 부모님이 계시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거를 꺼내봐야 하는 순간이 온다. 하지만 모든 과정에 꼭 과거를 꺼내볼 필요는 없다.


나의 과거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었다. 나는 내가 비굴해지고 자꾸만 작아지는 것 같아서 애써 묻어두었던 과거를 되돌아보아야 함을 깨달았다. 살짝 들춰보는 것만으로도 피가 날 것 같은 고통과 마주해야 했지만, 나는 마주했다. 그리고 아프게 겪어냈다. 하지만 그럴만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 힘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전까지는 하지 못했고, 이후로는 할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바로 생활 속의 작은 승리들로 이루어진 '자기 확신'이 나에게 나를 믿을 수 있는 힘을 주었던 것이다.


이 작은 녀석들은 처음에는 별 것 아닌 채로 존재하지만, 없어지지 않고 꾸준히 세력을 불려 나가며 나에게 나 스스로 가치 있음을 일깨워주기 시작한다. 그렇게 점점 커진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은 내가 나의 과거를 뛰어넘을 때 좌절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을 주는 원동력이 된다.


나는 이 별 것 아닌 일들이 나를 얼마나 바꾸어놓는지 깨닫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날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는 것, 게으름을 밀어내고 적어도 오늘 해야 할 일 '하나' 만큼은 꼭 하는 것, 내가 아침에 나와한 약속을 지켜내는 것. 겨우 그런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to do list를 통해 나는 '나도 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 저의 to do list는 결국 자기 자신이 자신의 현재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믿음을 길러줍니다. 결국 자신을 제어하는 컨트롤 타워를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지켜내는 것입니다. 또한 스스로 칭찬하고 인정해주는 과정을 통해 자신감을 심어주며, 자기 스스로에게 긍정적이게 됩니다. 또한 자기가 하지 못한 것을 스스로 책망하는 것을 피함으로써,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어 진정한 컨트롤 타워로 거듭나게 됩니다.


그저 숨 쉬며 존재하는 먼지 같은 인간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해야 할 마땅한 일들을 해내며, 거기에 더불어 스스로 해낸 것을 잘했다고 치하해주고 인정해준다. 결국 부모님께 받지 못했던 것을 내가 스스로에게 해준 것인데, 그것이 그렇게 가치 있는 일인 줄 몰랐다.


처음엔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라 여겼는데, 점차 나를 믿게 되었고, 나를 아끼게 되었고, 나를 소중히 여기게 되었으며, 마침내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그때 뜨겁게 울었다. 내가 지나온 시간 동안 나를 사랑해주지 않았음을, 이제야 사랑할 수밖에 없었음을. 그렇게밖에 살아올 수 없었던 것이 너무 안타까워서, 나는 울었다.




ps. 이 과정을 지도해주신 '정우영 tv'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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