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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품있는그녀 Aug 07. 2020

원망의 기도를 하며 베란다에 선 여자

Goodbye


하나님! 도대체 내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 내가 무얼 그렇게 잘못했나요? 왜 하필 나 인가요? 대체 왜 하필 나예요?


어린 시절에도 아빠의 가정폭력으로 고통스러웠고, 20대에는 엄마의 암 말기 시한부 선고와 가정 불화로 고통을 받았어요.


이제는 결혼해서 잘 살아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 대체 제가 무얼 그렇게 잘못했길래, 나는 행복할 수 없는 건가요?


예전엔 아파도 한 군데 아프고 말았는데, 이제는 두 군데씩 아파서 정신도 차릴 수가 없어요. 왜 내 몸은 이렇게 만들어졌나요? 그렇게 아프게 해달라고 빌 때는 건강하게 만들더니, 이젠 아프기 싫다는데 왜 이렇게 아프게 하나요?

아파요. 너무 아파요. 몸도 마음도 아파요. 무엇보다 몸이 너무 아파서 마음 아픈 건 돌아볼 틈도 없이 아파요. 고통스러워요. 너무 아파서.. 그래서 죽고 싶어요.


죽어야 하나 봐요. 나는 나이를 먹을수록 짐이 되겠죠? 이 나이부터 이렇게 아픈데, 나이를 먹어갈수록 얼마나 더 아프게 될까요? 두려워요. 지금도 참을 수 없이 아파서, 그때는 얼마나 더 아플지 상상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 너무 아파요.


죽고 싶어요. 정말 죽고 싶어요.





더는 침대에 누워 시간만 가길 바라는 송장처럼 살기 싫어! 아이들과 남편을 대하는 일상이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시간들이 괴로워. 만나고 싶지 않아!


친구들이 불러내는 것도, 친구들의 연락도 받기 싫어. 애써 괜찮은 척하고 싶지 않아. 그런데 괜찮은 척해야 해서 너무 싫어.


힘들다고 말하면 왜 힘드냐고 물어볼까 봐 두려워. 괜찮다고 하면 진짜 괜찮은 줄 알까 봐 두려워.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아. 내가 왜 너희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나는 지금 나 하나 숨 쉬고 살기도 이렇게나 힘든데!


누구도 보고 싶지 않아 졌어. 애써 밝은 미소를 짓는 것도 이제는 지치니까.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 웃고 나서 집에 돌아오면 기다렸다는 듯 몰려오는 우울이 나를 잠식해. 그래서 차라리 우울한 채로 하루 종일 지내는 것이, 누군가를 만나고 애써 밝은 모습 보이며 잘 지내다가 들어오는 것보다 나아.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 아무런 연락도 받고 싶지 않아! 그렇다면 차라리  내가 없어지는 게 낫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베란다 앞에 섰다. 아픔이 없는 이 순간! 아픔을 잊은 지금 이 순간! 지금이 기회라고 누군가 속삭이는 것 같았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눈에 불이 붙은 것 같이 뜨거워졌다.


그러자 눈물이 터져 나왔다. 내가 없어도 남편은 아마 잘 지내지 않을까? 하지만 아이들은 나 없이 어떻게 지내지? 아이들의 그 상처는 어쩌면 좋지? 자살한 엄마의 아이라는 말을 들으며 '그러니까 네가 그 모양 그 꼴이지!'라는 말을 듣게 되지는 않을까?


무릎을 꿇고 소리 없이 통곡하며,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나는 가슴을 두드렸다. 대체 어쩌려고 그랬어. 대체 어쩌려고 그랬어. 대체 어쩌려고 그랬어....


그제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온몸으로 전해져 왔다. 사시나무 떨듯이 떨리는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한 내가 바보 같았다. 그동안 바보 같은 생각을 참 많이도 했지만, 최고로 바보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았다. 그런 나 자신이 한없이 초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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