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자살 기도 이후 나에겐 죄책감이 더해졌다. 그리고 아이들을 볼 때마다 짐스런 느낌이 더해졌다. 애증처럼, 사랑하면서도 미웠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더해지는 것은 죄책감이었다. 이 죄책감의 늪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점점 우울이 깊어져 갔다. 나는 가만히 있다가도 또르륵 눈물을 흘렸다.
"어, 갑자기 뭐지?"
당혹스러운 것은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다. 상대방이 이런 나를 모르기를 바랐다. 나는 그럴 때면 우울한 삶의 일부분을 조금 들춰 보이며, 그래서 그런 거라고 애써 상대를 안심시켰다.
나의 모든 것을 이해시키기에 나의 이야기는 너무 크고 복잡했다. 누군가를 이해시키는 수고를 겪기 싫었다. 어차피 지금 이 시간이 지나면 상대는 자신의 삶을 살 것이며, 나는 다시 또 나의 고통 속으로 들어갈 것이니까. 뭣하러 그런 노력을 한단 말인가? 수고롭게.
하지만 그 날 이후 한 가지 변한 것이 있다면, 이제는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히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포기한 듯 우울에게 내 삶을 모두 내놓았던 전과 다른 점은, 어떡하면 이 우울을 벗어날까 고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나는 오랜 고민 끝에 신경정신과를 찾아갔다. 어디로 가야 할까 고민하고 알아보고 그렇게 시간을 끌었다. 그러다 일반 병원은 그저 약을 지어주는 병원일 뿐이니, 종합병원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거기는 전문의니까.
상담소는 나의 심리문제를 진단하고 여러 상담을 통해 나의 내면을 치유해줄 것이다. 하지만 당장 나는 살아나야만 했다. 죽어가는 나를 살리기 위해, 일단 약의 힘이라도 빌어보자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호기롭게 간 것 치고는 실패였다. 초기상담을 받으려면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절망스러웠다. 당장 죽을 것 같은데 한 달이라니. 제발 내가 버텨주기를 바랐다. 그렇게 가지 않을 한 달이 지나갔고, 설문과 상담을 통해 진단을 받았다. 우울증 다음 단계인 조울증이라는 진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