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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품있는그녀 Aug 09. 2020

우울증 약, 저는 못 먹어요.

내가 이렇게 예민할 줄이야.

우울증 약을 먹기 시작했다. 무엇이 좋아지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먹었다. 그리고 용량을 조금씩 늘리기로 했다. 그렇게 약의 용량을 늘리자 약이 받지 않았다.


일단 구토를 했고, 어떤 음식도 먹지 못했으며, 마치 입덧이라도 하듯 음식 냄새도 맡을 수 없었다. 한 번 그렇게 아프자, 약을 먹지 않아도 구토가 올라왔다. 음식물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남편은 컵라면으로 아침밥을 때우는 날이 이어졌고, 아이들의 아침도 대충대충이었다. 그리고 나는 무거운 몸과 머리를 뉘어 쉬었다. 그렇게 남편이 퇴근하면 아이들의 밥도 남편이 해주었다. 그러다 한 번은 남편이 시댁에서 준 청국장을 끓여서 심하게 토를 했다.


먹은 것도 없는데 토를 하려니 죽을 맛이었다. 남편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미안해했다. 그런 남편에게 눈에 핏대를 세운 채로 원망을 했다. 나의 부재를 모두 책임지고 있는 고마운 남편을.


너무 아파서 차를 몰아 병원에 가서 링거를 맞았다. 그리고 입원을 했다. 차라리 입원해서 치료를 하는 것이 아픈 채로 방치되어 지지부진 끄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았다. 그리고 식구들이 나의 빈자리를 대신 채워주었다.


정말이지 엄마가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나 하나의 부재로 아이를 비롯한 가족들 모두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절실히 깨달아 갔다. 이제는 정말 무엇이든 붙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유튜브로 심리 관련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가 우울증으로부터 벗어날 방법을 하나 둘 찾기 시작했다. 나의 우울이 어디로부터 오는 것인지, 그리고 원인을 찾아 해결할 것이 아니라, 그저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모든 사소한 것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제야 나는 아이의 문제를 원망하는 것을 멈추었고, 나에게 금전적 불이익을 준 친구를 원망하는 것을 멈추었고, 나를 엄마들 사이에서 왕따 시킨 무리들을 미워하는 것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냥 원초적으로 현재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을 해결해 나가고자 마음먹게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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