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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품있는그녀 Aug 10. 2020

우울 처방전: 비용이 들지 않아요

별 것도 아닌 사소한 것들이 주는 기쁨!


1. 씻는다.

우울한 사람이 있다면 잘 생각해보길 바란다. 우울한 날 우울하다며 샤워를 하는가? 그렇다면 우울증은 아닐 것이다.


진짜 우울한 사람은 자신을 방치한다. 실제로 나도 그랬다. 아이들 등원시키고 그냥 침대로 다시 기어들어갔지, 씻거나 청소하거나 그런 귀찮은 것들은 하지 않았다.


씻는 것은 최고의 환기 방법이었다. 힘들고 우울하고 아픈데 씻을 힘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래도 억지로, 억지로, 억지로 씻어보았다. 씻고 나니 괜찮아졌다. 조금 상쾌한 기분이 들어 오랜만에 좋은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은 하루 종일 방치하다가 아이들 씻기면서 나도 씻고, 그래서 조금 쾌적해지면 술을 마시고 힘든 하루였다며 잠이 들었다. 이것이야말로 악순환이었다.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낸 것이다.



2. 청소한다.

우울한데 청소하는 사람이 있을까. 우울하면 온 몸에 근육이 힘을 잃는다. 마음에 의지를 잃은 몸은 그 자체로 아메바처럼 연체 동물화 되어간다.


그런데 지저분하게 늘어진 물건들을 제자리에 올려두고,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한다. 쾌적함을 느끼며 상쾌해진다. 뿌듯해진다! 내가 스스로 움직여 청소하고, 그 결과물을 보며 만족해한다. 그리고 스스로 말한다.


"야, 잘했어!"



3. 쉬운 계획을 세운다.

그동안의 계획표는 대단하다 못해 휘황찬란했다. 내가 지나온 삶 동안 계획표대로 살아왔더라면 아마 아주 대단한 사람이 되었을 것 같다. 그만큼 대단한 계획표는 지켜지지 못한 채 버려지고는 했다.(그리고 자기 비난과 체념의 수순이었다)


지키지 못할 계획은 세우지 않는다. 지킬 수 있는 계획을 세운다. 예를 들면 설거지 하기, 청소하기 같은 것들.


그리고 그것을 지킨 나에게 칭찬을 해준다. 그리고 지키지 못한 것은 탓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3일째 되는 날 크게 기뻐했다. 나 스스로 나를 칭찬해주고 스스로, 혼자서 행복해했다! 왜냐하면 3일간 계획표를 지켜본 것은 처음이라서.


리고  7일, 14일, 21일 순서로 또 칭찬을 해주고 보상을 준다. 내가 나에게. 나에게 매일 기적 같은 하루가 주어지기 시작했다.



4. 아주 쉬운 목표를 정한다.

첫 번째 목표는 매일 계획표 쓰기였다. 그것을 3, 7, 14, 21일을 기점으로 셀프 축하, 셀프 칭찬을 하며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렇게 100일.


두 번째 목표는 이부자리 정돈이었다. 매일 아침 자고 일어난 이불을 정리하는 것이며, 이것을 100일간 이어나가기가 목표였다.


세 번째 목표는 운동이었다. 어느 시간이든 운동하기. 산책도 좋고, 러닝머신도 좋았다. 처음에는 목표 없이 운동 자체에 카운트를 하였다. 점차로 운동의 목표도 늘려갔다.


(이 부분은 '제임스 클리어'의 저서 '아주 작은 습관의 힘' 덕분에 시작하였고 끝마칠 수 있었다.)



5. 정리정돈을 한다.

아무렇게나 쌓아둔 물건들을 치웠다. 분류되지 않고 여기저기서 나오는 물건들 때문에 머리가 복잡했다. 정리정돈은 몇 날 며칠에 걸쳐 계속되었다.


주방 싱크대 그릇들, 하부장의 냄비와 팬들, 뒷베란다에 방치된 물건들, 철 지난 옷들... 그렇게 하나 둘 제자리를 찾아갔다. 그리고 한 군데, 한 군데 클리어할 때마다 뿌듯함이 빈자리를 채웠다.


그런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더 이상 우울에 잠식당하지 않았다. 모두 잊고 몰입하고 올인했다. 잠시 틈이라도 나면 비집고 들어올 못된 생각들을 지우려는 듯. 나는 그렇게 미친 듯이 정리하고 치웠다. 일주일의 시간이 걸린 것 같았다.



드디어 나는 스스로 집 밖으로 나가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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