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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품있는그녀 May 30. 2021

그건 너의 잘못이라고

분노를 다스리는 두 번째

자책해서 미안해

사실 두 번의 단계는 이미 지나갔다. 나의 화를 알고, 그런 상태를 인정하는 것 까지가 두 단계이다. 세 번째 단계가 바로 이것이다. 가해자의 잘못과 피해자의 잘못을 분리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내 잘못으로 가지고 있지 않는 것. 이것은 나 자신과 가장 큰 화해다.


그동안 나를 자책했다면 나에게 미안해야 한다. 가해자가 만약 '너 때문에 이렇게 문제가 됐다.'라고 말했고,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나 스스로에게 '내 잘못이야. 내가 잘못해서 그렇게 피해를 입은 거야.'라고 생각했다면, 이것이야 말로 나의 잘못이며 나의 무지이다.


학교폭력 가해자가 때려놓고, 내가 찌질한 탓이고, 내가 멍청하고 바보같이 굴어서, 못생겨서, 때리고 싶게 행동해서, 하필 그때 그 순간에 거기에 있어서 그래서 내가 맞은 거라고 한다면? 그 말에 동의하는가? 이 말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가해자는 이런 말들로 2차 피해를 주고는 한다. 사죄하는 척, 너도 잘 한 건 없다면서 말이다. 이게 더 큰 상처로 돌아온다는 걸 알고 하는 걸까?


아동 성폭력 피해자가 실제로 자기가 그 순간에 거기에 없었더라면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고 자책한다는 것을 안다면, 피해자의 피해의식과 자책을 이해할 것이다.(그래서 아이에게 "네 잘못이 아니다"라고 알려줘야 함) 심지어 수년 전까지도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우리 사회의 인식은 '피해 여성이 요란하게 입어서' 라던가 '늦은 시간에 돌아다녀서'라는 가해자 정당화를 하지 않았던가.


물론 나의 잘못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상처 받은 나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단계에서 굳이 나의 잘못을 찾을 필요는 없다. 그동안 많이 책망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이제는 피해를 준 상대방의 잘못을 말한다. 상대가 내 눈 앞에 있을 필요도, 상대로부터 사과를 받을 필요도 없다. 내 아팠던 마음을 위로하고, 다시는 상대뿐 아니라 누구에게도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기 위함이다.


"내가 좀 못마땅했을 수 있어. 네 눈에 차지 않았을 수도 있지. 답답했을 거야.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화가 났을지도 모르지. 그렇다고 해서 나를 괴롭혀도 되는 건 아니야. 너는 폭력적이었고, 무자비했어. 내 자존감을 짓밟았고, 웃음거리로 만들었어. 그것은 엄연히 너의 잘못이야. 너의 잘못을 정당화하지 마. 너의 인성이 잘못된 탓을 내 탓으로 돌리지 마!"


상대를 비난하지 못하면 그 비난의 방향은 나를 향하게 된다. 나를 비난하게 되고, 나를 자책하게 된다. 그러니 상대의 잘못은 상대의 잘못으로, 너의 것은 너의 것이라고 선언하라.



나는 내 편

나는 나보다 남의 편을 먼저 드는가 내 편을 먼저 드는가. 남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게 습관이 된 사람은 자기 밥그릇을 챙길 줄을 모르고 자기 것도 자기 가족 것도 모두 남에게 퍼주느라 여념이 없다. 언제나 남의 편이다. 이런 사람은 피해자가 되고서도 가해자의 잘못을 먼저 이해하기 바쁘다. 그렇게 자기 마음이 멍들고 있다는 것은 모른다.


내 마음이 위로받지 못하면 그 누구도 진심으로 위로할 수 없으며, 언제나 남의 입장만 이해하도록 강요하는 사람이 된다. 그것은 자기 자신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남에게는 너그럽고, 자기 자신에게는 가혹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내 마음이 먼저다. 내 마음이 먼저 위로받고, 내 마음을 먼저 알아주고, 내 마음이 먼저 괜찮아야 타인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만큼의 아량이 생기는 것이다.


<잘못 구분하기>
'너 때문이야'라는 책임 회피가 아닌, 상대가 해서는 안 되는 말과 행동을 한 것에 대한 책임을 상대에게로 넘기는 것. 내가 기분 나쁘게 생각하는 모든 것이 해당된다.


당신의 기분이 상했는가? 그랬다면 당신 기분이 느끼는 그 감정이 맞다. 상대가 나쁘다. 당신을 그렇게 느끼게 만든, 상대가 나쁘다. 당신은 전적으로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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