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품있는그녀 Feb 15. 2024

남겨진 이들의 위로

이별에서 남겨진다는 것은...

우리는 남겨졌다. 남편은 집을 나갔고, 나와 아이들은 남겨졌다. 이별에서 남겨진다는 것은 떠나가는 것보다 더 아프다.


떠나는 사람은 마음을 정리하고 떠나가지만 남겨진 쪽은 떠난 이가 남기고 간 것들을 정리해야 한다. 떠나간 사람은 새로운 곳에서 새 출발을 마음 먹지만, 남겨진 사람은 떠난 이의 흔적들을 매 순간 마주해야 한다. 떠난 사람은 혼자지만, 남겨진 사람은 여럿이다.


우리는 각자 서로의 아픔을 마주 보아야 했다. 그리고 서로 눈치 보게 됐다. 괜찮은가? 슬퍼하지는 않을까? 무슨 문제는 없을까? 그렇게 걱정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죄책감을 갖기도 했다. '나 때문에 이렇게 됐어...'


나는 한동안 아이들의 눈치를 보아야 했다. 그리고 또 한동안은 아이들에 대해 아무것도 신경 쓸 수 없었다. 망망대해에서 폭풍우를 만난 조각배처럼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무기력했다.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로 나를 위로하려 했다. 마치 무언가를 아는 듯이. 하지만 또 해맑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나는 남편 눈치를 더는 보지 않아도 되었기에, 아이들에게 비교적 자유롭게 대했다. '아빠한테 혼날까 봐' 아이들을 다그치는 일이 더는 일어나지 않았다. 아이들은 그런 반응이 이상한 듯 내 눈치를 몇 번 보다가, 편안해졌다. 감사했다.


아이들의 존재는 위로였다. 아이들이 편안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위로받았다. 아이들이 엄마를 위해 노력하려 하는 모습을 보며 위로받았다. 우리는 남겨졌고, 각자 아프지만, 그래도 남겨진 이들은 서로가 위로가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