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품있는그녀 Feb 18. 2024

"엄마, 우리한테 왜 미안해?"

'안 미안해?'가 아니고 '왜 미안해?'가 맞아?


둘째의 질문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무슨 말이야?"


"엄마가 우리한테 미안하다며. 왜 미안하냐고."


왜냐니. 너무 많잖아. 엄마가 가정을 지키지 못해서 미안해. 아빠를 끝까지 붙들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잖아. 그리고 너희가 ADHD로 태어나게 해서 미안해. 너희가 힘든 세상을 살아가야 해서 미안해. 너희가 이렇게 예쁜데 자꾸 혼내켜서 미안해. 그냥 너희가 힘든 것, 그리고 앞으로 힘들어질 것. 그 모든 것에 대해 미안해. 그런데 대체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내가 혹시 나도 모르게 말하고 기억을 잃었을까? 넌 대체 내 미안함을 어떻게 알았어?


이런 주저리주저리 말이 머릿속을 휘몰아쳤지만, 나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못 했다. 너무 미안한 게 많아서 무엇부터 꺼내야 할지 모르겠고,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아빠가 출장 가신 줄로만 아는 너희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어서.. 나는 몇 번이나 말을 고르고 멈추기를 반복했다. 그러자,


"엄마, 카카오톡~!"


첫째가하는 말이었다. 내가 당황한 것을 눈치챘는지, 첫째가 알려주는 것이다.


"카카오톡으로 엄마가 말했어..?"


"아니, 엄마 프사말이야~!"


아, 맞아 프로필 사진을 너희로 바꿨지. 그리고 그런 문구를 썼구나! 글 쓰다 너무 슬펐던 날, 너희와 함께 다녀온 여행이 마냥 좋은데, 마냥 좋아할 수 없어서 슬펐던 마음에, 그렇게 썼더랬다.


"아~~~!......"

그리고 난 또 말문이 막혔다. 너무 진심이 되어버린 내 마음은 거짓을 말하기 힘들어진 상태였다. 어떻게 둘러대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이렇게 길었던 적이 없었다.


"얼마 전에.. 너네 혼났잖아. 물건 어질러놨다고. 그래서, 그때 사진 바꾸면서.. 사진에 너희 예쁜 얼굴 보니까 미안하잖아. 그래서 그랬어~!"


말을 하며 점점 시나리오가 완성되어 갔다. 그리고 내 말이 잘 통했나 눈치를 본다.


"아, 그래~!"


대수롭지 않게 질문했듯,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나 혼자만 당황한 게 부끄러웠다. 자기들 놀이하러 바람처럼 빠져나가고, 나만 남겨져서 혼자 당황한 나를 자각하니 우스웠다.


'프사를 바꿔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