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이혼의 절차 중에는 부부가 '함께' 영상교육과 부모교육을 받아야 한다. 영상교육은 매주 1회 정해진 시간이 있어서 그 시간 되기 전에 이혼 서류를 접수했다. 서류접수 이후 바로 영상으로 하는 교육을 시청했다.
교육장은 그리 크지 않은 사무실에 TV 하나가 있고, 사무용 책상 하나와 그 앞으로 긴 의자들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영상 시작시간이 되자, 많은 부부가 들어왔다. 지난 한 주간 협의이혼을 신청한 부부가 이렇게나 많을까. 자리가 가득 찼다.
잠시 후 상담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그리고 몇 가지 당부사항을 전달한 후, 바로 시청각 자료를 시청했다. 이혼 과정에서 자녀들이 겪는 변화, 부부의 행동으로 자녀가 어떤 상처를 받게 되고, 어떻게 관계가 악화되는지 알려주는 영상이었다. 그렇게 자료를 보다 보니 마음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남편에 대한 미움이 커지고 있었는데, 자녀에게 포커스가 맞춰졌다. 자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잘 키워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는데, 남편을 배제했기 때문이었다. 이혼을 하더라도, 아빠는 아빠니까. 아빠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남편을 흉보거나 나쁘게 표현하는 말을 자녀 앞에서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날 바로 '부모교육'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초등생 이하 자녀를 둔 부모는 부모교육이 필수이며, 이를 하지 않을 경우 이혼 절차가 취소된다는 것. 그래서 여러 상담소 리스트를 주면서 자율적으로 예약을 하라고 하였다. 나는 바로 그 자리에서 주말 상담이 가능한 곳으로 예약을 했다.
며칠 후 부모교육일이 되었다. 나는 장소를 찾지 못해 헤매고 있었다. 그러자 남편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내가 못 찾고 있다고 하자 자세히 설명해 주어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5분 정도 늦었다.
나올 때 이미 형제는 싸우고 있었다. 수차례 싸움을 말리다 보니 준비가 늦었다. 그런데 장소까지 못 찾아 더 늦어진 것이다. 그래서 전화가 오는 줄도 몰랐다. 형제로부터 전화가 왔지만 받지 못했다. 그래서 상담 대기 중인 애들 아빠한테 아이들이 전화했나 보다. 아이들은 다투는 중이라 아주 난리가 났을 것이다.
상담 선생님은 남편의 통화를 들었다. 그리고 그 잠깐의 통화로 남편을 간파했다. 지시적, 통제적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슬쩍 남편 눈치를 보니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
선생님은 남편을 탓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본인이 그런 성향이며, 자녀를 위해서 그런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는 말을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자세한 방법까지도 상세히 알려주셨다. 불퉁해있는 남편이 제대로 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나는 아이들이 ADHD이며, 여러 상황에 대해 질문했다. 나에게도 여러 가지 방법을 알려주며, 이혼상황에 대해서도 부모가 함께 아이들을 놓고, 같이 말해야 하며, 아이들에게 엄마와 아빠는 헤어지지만 부모로서 양육하며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임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자녀를 양육하는 양육태도에 대해서도 알려주셨다. 각자의 역할과, 서로의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자녀가 부모의 이혼상황을 이용해서 이득을 취하게 만들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정말 유익했다.
나는 만족감이 가득하여 나왔다. 그리고 나와서 잠시 커피숍에 들러 남편과 상의했다. 마음에 변화가 없냐 하니 없단다. 그대로 이혼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아이들과 만날 때 아이들에 대한 양육 태도에 대해 논의하고, 만나서 무엇을 했는지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나는 한 주간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말해주기로 했다. 동시에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말했다. 할머니한테 심한 말 한 것, 둘째가 욕을 한 것 등, 아이들이 엇나가고 있는 부분에 대해 말했다.
남편이 어떻게 해결을 해주든 말든, 서로의 자녀이기 때문에, 누구에게 말한들 남편이 제일 나았다. 함께 걱정하는 부분이기 때문인 것이다. 남편도 자신이 아이들 만나서 무슨 대화를 나눌지 얘기하며 우리의 담화는 짧게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