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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품있는그녀 Feb 25. 2024

자녀에게 이혼 사실을 알린다는 것은

너무 아픈 일이었다.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멀뚱한 얼굴로 말갛게 앉아있는 이 아이들을 보며, 무슨 말부터 꺼내야 좋을지 몰라 잠시 망설여졌다. 하지만 말해야 한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어른들의 세상에서 배제되는 것은 눈앞이 뿌옇게 흐려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것과 같다.


저마다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아이에게 너무 가혹하다던가, 아이들 마음에 상처는 어떻게 할 거냐 하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아이들이 이혼을 모른 채로 지내면, 아이들이 잘못을 하고서도 나중에 후회할 수 있다. 지만,


'내가 그때 엄마 사정을 알았더라면 그런 심한 말을 하지 않았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아이가 나중에 후회할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엄마와 아빠가 같이 있지 않아도 엄마 아빠가 사랑한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어른들의 난해한 사정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 살아간다는 것은 아이로서도 힘든 일일 것 같았다.




첫째는 오열을 했다. 둘째는 멀뚱멀뚱했다. 둘째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첫째는 좌절하는 갓 같았다. '아,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을까?' 후회도 되었다. 하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엄마가 이유 없이 힘들어하던 이유도 이해할 것이다. 이제 이유를 알게 되었으니까.


첫째에게 엄마 아빠의 사랑을 전달했다. 변함없이 사랑할 거라고 했다. 너희가 엄마 아빠의 자녀인 것은 변함이 없으니,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장담해 버렸다. 슬프게 좌절하는 첫째를 달래기 위한 선언이었다. 나의 다짐이기도 했다. 비록 완벽한 가정이 아니라 불완전할지라도, 그래도 온 마음 다해 사랑하리라고.


아이는 가까스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부둥켜안고 위로를 전달했다. 나는 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이 아팠다. 심장이 자꾸만 아려와서 숨쉬기가 힘들었다.


이런 일에도 정답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교과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사는 세상은 왜 이리도 험난할까. 원망이 들어 눈물이 났다. 세상 힘든 짐은 모두 다 내가 짊어진 것만 같았다.


가슴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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