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검사를 받고 난 후, 마침 바로 며칠 후가 부모상담 주였다. 지난 1학기에 상담받을 때 얼마나 아픈 마음으로 상담을 받았던가! 그 아픔을 떠올리며 죄인 된 마음으로 유치원에 다시 또 갈 생각을 하니 가슴에 돌을 얹은 것 같았다.
모든 부모들은 그렇다. 내 아이가 기관에서 잘 지내길 바라고, 관계가 원만하길 바라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길 바라며, 무엇이든 잘 해내길 바라고, 언제나 노력하는 아이로 평가되길 바란다. 하지만 친구들과 싸우고,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유롭게 행동하는 아이의 부모는 선생님께 언제나 죄인 된 모습으로 서게 된다. 나는 언제나 그렇게 작게 움츠러든 채로 선생님을 뵈었다.
1학기 상담 때 선생님과 나눈 대화 내용은 아이가 수업이 시작되는 순간 딱 뒤돌아 앉아 뒤의 친구를 본다고 하셨다. 그래서 맨 앞에 두고 아이를 집중시키려고 노력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원래 재미있고 장난스러운 자신이지만 우리 아이에게는 엄격하게 대하고 있다고 하셨다. 장난스럽게 대하면 통제가 되지 않고 더욱 심해지는 것 같아서 그렇게 하고 있으니 아이를 위해 이해해달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런 선생님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기까지 얼마나 힘든지도 이해가 되었다. 평소 선생님이 아이들과 주고받는 대화나 놀아주는 모습, 대하는 태도를 보면 선생님이 얼마나 친구 같은 선생님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고, 그런 부분 때문에 이 원을 선택했던 것이니까.
그런데 우리 아이는 집에 와서 시무룩하게 말했다.
"내가 유치원에 가기 전에는 재미있는 선생님이었대요. 그런데 내가 가고부터는 무서운 선생님이 되었대요. 친구들이 나 때문이래요."
그 말을 듣고 이미 알고 있던 나로서는 마음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미 동의한 부분이었다. 외부를 변화시킬 수 없으면 내부를 단속하는 것이 사람 심리인지라, 나는 또 모진 말을 쏟아냈다.
"네가 얼마나 말을 안 듣고 장난만 쳤으면 선생님이 그러시겠어. 그러니까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장난도 그만 하고, 친구들하고도 사이좋게 잘 지내야지!"
아이는 그 말을 듣고는 엉엉 울면서 엄마는 나한테만 뭐라 한다고 하였다. 그러면 잘못해놓고 운다며 또 아이를 혼냈다. 속상했다. 엄마도 이렇게 너를 대하는 게 힘든데, 선생님은 오죽하겠니. 다 너 잘 되라고 그러는 건데, 너는 또 그렇게 불평만 하니! 조금 더 잘해보려고 노력할 수는 없겠니! 내 안에서 아이에게 소리 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애꿎게 불만만 더 치솟았다. 그렇게 더 우울한 날들이 추가되고 있었다.
그랬던 그 날들과 다르다. ADHD는 정신질환이 아니다. ADHD는 문제아가 아니다. 단지 뉴런에 신경전달 물질이 조금 부족하여, 정보전달에 문제를 겪는 것뿐이다. ADHD인 위인이 얼마나 많은가! ADHD는 문제가 아니다! 그 아이를 대하는 우리의 교육방식이 문제다!
나는 유치원에 가서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선생님, 우리 아이가 ADHD 진단을 받았습니다."
선생님은 깜짝 놀라셨다.
(당시 7세에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옮기게 되었다. 전에 다니던 어린이집은 제한 연령이 6세까지였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