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ADHD 검사와 미술심리 상담
멍이 든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다
당시 나는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너무 힘든 시기였다. 인간관계도 무너졌고, 남편과의 관계도 나빴다. 아이들은 글쎄. 첫째는 너무 사랑했고, 축복이었지만 너무 힘든 고통이었고, 안타까움이었다.
선생님과 간단하게 대화를 마치고, 아이는 따로 그림과 설문 테스트를 하였고, 나는 아이 상태에 대한 설문지를 작성했다. 그리고 지난 1화에서 말한 대로 '심각' 수준이라는 결과를 듣게 되었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충격적이지 않을 수는 없었다. 1%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그 가능성을 믿고 싶은 게 부모 마음 아닐까.
선생님은 바우처가 있어서 심리치료 비용이 크게 부담가지 않을 거라고 하셨다. 하지만 신청 후 승인까지 보통은 2개월가량 걸리는데, 지금 아이 상태가 심각하니 치료를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자비가 부담되지 않다면 승인되기 전까지는 자비로 치료를 받을 것을 권하셨다.
"보통은 부모님들이 급하게 시작하려고 하시면 담당 선생님과의 일정을 조율해야 해서 바우처 나올 때까지 조금 기다리시라고 양해를 구하는데요, 우리 아이의 경우 지금 아이도 엄마도 많이 힘든 상태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잘 생각해보시고, 최대한 빠르게 시작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담당 선생님께도 일정을 조율해달라고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심리치료를 시작한다고 해서 바로 좋아지는 것이 아니니, 빨리 시작해서 아이가 세상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아이가 추가로 받은 검사를 바탕으로 아이의 현재 심리 상태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가 추가로 받은 심리 검사는 '가족화', '나를 표현하는 나무', '원에서의 생활에 대한 그림 그리기', 최근의 감정, 기분, 생각 등을 표현하는 질문지 작성이었다.
사실 이런 비슷한 내용으로 6세 때 심리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도 ADHD를 의심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심리 문제를 겪는 것 같아서 검사를 받아보고 싶어서 다른 상담소에 가서 상담을 받았다. 그런데 그때는 '폭력성'이 높게 나왔다.
이번 상담에서 인상 깊었던 그림은 아이의 '나무'그림이었다. 보통 미술심리치료에서 나무를 그리는 것은 '자기 자신'을 투영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아이가 투영한 나무 그림은....
뿌리가 그대로 드러나고 공중에 뜬 상태로 가지는 앙상했고, 잎이 몇 개만 붙어있으며, 아직 겨울이고, 봄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단다. 또한 봄이 되어 자기가 뿌리내릴 땅을 찾으면 거기에 가서 잎이 자라게 될 거라고 했단다.
아이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이며, 뿌리내릴 땅이 없다는 것은 가정이 자신에게 안정을 주는 곳이 아니라서 언제든 떠나고 싶은 마음을 이렇게 공중에 떠있는 상태로 그림으로써 표현했다고 하셨다. 뿌리가 앙상하게 드러난 것도 불안을 의미하고, 나무 그림에서는 모든 면에서 불안정한 상태라고 하셨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봄을 기다리고 있다고 표현한 것과, 땅을 찾으면 뿌리를 내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었다.
가족화 속에는 아빠는 아주 거대하게 가운데에, 그 옆에 동생과 엄마, 그리고 왼쪽 끝에 동생보다 작은 자신이 서 있었다. 그것만 봐도 가족 속에서 아이가 자신을 어느 위치에 두고 있는지 미술심리를 모르는 나도 알 것 같았다. 유치원에서도 아이는 자신을 화장실에 가두어두고 그리지 않았다. 그림만 보는데도 억장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우리는 당장 놀이치료 일정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