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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품있는그녀 Oct 06. 2020

20. ADHD 약, 부작용을 겪는 아이

부작용과 노작용의 사이

용량이 부족하면 약효가 없다. 그대로다. 하지만 용량이 많으면? 아이가 추욱 쳐져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음식을 소화시키지 못하고 구토를 했다. 그제야 이 약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알게 되었다.


부작용을 겪기 바로 전 단계로 용량을 낮추었다. 그러자 다시 활기 넘치는 아이로 돌아왔다. 추욱 쳐져서 마치 침전물 같이 다운되어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과 행동이나 충동 조절을 하지 못하는 것보다 보기에 고통스러웠다. 차라리 안 먹는 한이 있더라도 너무 과하게는 먹이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한 계기가 되었다.


1. 입맛을 잃다

약을 먹이기 시작하고 일상을 그럭저럭 보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힘든 점은 아이에게 입맛이 없어지는 문제였다. 입맛을 모두 잃은 아이처럼 아이는 입도 짧아졌고, 먹는 활동에 흥미를 잃었다. 그럴수록 억지로 억지로 먹여보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남들은 1학년 되면 갑자기 급격히 먹어대서 식비 감당이 어렵다 하는데, 우리 아이는 원래도 입이 짧던 아이가 더욱 흥미를 잃어서 밥 먹는 시간이 고통의 시간이 되었다. 그래도 먹어야만 한다. 성장기에 잘 먹어야 하기에, 우리는 열심히 먹였다. 식탁에서의 시간이 제일 힘들었다.


2. 멀미

어느 날 우리는 가족여행을 가게 되었다. 언제나처럼 카시트에 두 아이를 앉히고 차로 이동했다. 보통 차 안에서는 떠들썩하게 장난치며 가는 아이들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통제하느라 애먹고는 하였는데, 그 날 따라 아이가 기운이 없더니 출발 후 얼마 되지 않아 잠이 들었다. 그러려니 했다.


가는 길에 휴게소에서 잠이 깨어 간식을 사주었지만 아이는 먹지 않았다. 그리고 차 안에서도 좋아하는 과자도 먹지 않는 아이였다. 조금 이상했지만 그때도 그러려니 했다.


아이가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갑자기 왜 머리가 아픈가. 어떻게 해야 하나 마음 졸이고 있는데 토가 나올 것 같다고 하여 차 안에 있던 비닐을 주었다. 아이는 차에서 아침에 먹은 것을 그대로 토해냈다. 무척 속상했다.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아 서둘러 도착했다. 그리고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즐겁게 놀기 시작했다. 안심하며 저녁이 되어 음식을 먹였다. 그때는 또 잘 먹었다. 그때부터 멀미가 의심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 번도 멀미를 한 적이 없는데, 갑자기 왜 그런가 의구심이 들었다. 아무래도 약 때문이 아닐까 생각됐다.


다음 날 약국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도 아이는 차에서 잠이 들었다. 다시 멀미가 시작된 것 같아서 아이가 잠든 동안 최대한 이동하기로 했다. 아이는 또 머리가 아프다고 했지만 구토 없이 도착했다. 잠시 쉬고 나니 괜찮아졌다.


아이가 음식을 못 먹거나, 멀미 등의 고통을 겪는 것을 보아야 하는 것이 가장 괴로웠다. 구토를 하는 아이에게 등을 두드려주는 것 말고는 해 줄 것이 없다는 것이 무력했다. 그래도 계속 이 약을 먹여야 하나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를 위해서 내린 결정이므로 익숙해질 때까지는 겪어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럴수록 더욱 긍정적 피드백을 얻을 기회를 많이 주고자 노력하여, 최종적으로는 약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하기를 기도했다. 부디 나의 기도가 이루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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