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전체를 원목으로 장식한 집은 고풍스러웠고 음식을 담은 그릇들도 기품 있고 정갈했다. 커다란 연잎에 싸인 밥맛과 향이라니. 먹기조차 아까운 반찬들에 심장마저 쫄깃해진다.
식후 연잎 차방도 단연코 필수코스.
긴 나무젓가락으로 한 잎 한 잎 꽃잎을 조심스레 펼치는 찻집 주인의 손놀림을 숨죽여 지켜보았다.
드디어 찻잔 속에 연꽃 한 송이가 활짝 피어나고, ‘눈 호강’이라는 게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지 않을까, 연신 감탄하며 신기해했다. 우윳빛 연꽃 담긴 사발을 사이에 두고 담소를 나누자니 분위기마저 정숙해져 천천히 쉬엄쉬엄. 그렇게 차 맛을 음미했다.
롯데 리조트에 짐을 풀어놓고 서둘러 서동공원으로 향했다. 서동과 선화공주의 전설이 깃든 곳이라 하여 이름 지어졌는데 ‘궁남지’는 이곳에 위치해 있다. 아쉽게도 모든 축제가 묶여 있었는데, 팍팍한 시절도 탐스럽게 피는 연꽃까지 막지는 못했나 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연꽃 단지. 쌍련雙蓮을 찾아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안내판 글귀를 읽으며 연못에 눈길을 맞부빈 끝에 드디어 찾았다. 올해 말까지 기다리면 좋은 소식이 정말 오려나?
궁남지는 백제시대 무왕이 만든 것으로 인공 못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었다. 그 시대에 못 가운데 섬을 만들고 ‘포룡정’이라는 정자를 지어 별궁으로 사용했다니 백제의 정원 기술이 참으로 놀랍다. 불 야경이 더욱 아름다워서 분위기 있는 데이트 코스로는 딱이다.(2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