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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기행 둘째 날

신동엽 문학관, 국립 부여 박물관에서

by 김두선


부여군 부여읍 사비리 22번 길. 이곳에서 신동엽 시인의 생가와 문학관을 보게 된 것은 뜻밖의 수확이었다. 나는 학창 시절에는 그의 시를 접할 기회가 없었고, 아쉽게도 그의 사후 십 년쯤이 지난 다음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껍데기는 가라’ 생생한 저항정신이 읽혀지는 그의 시를 얼마나 좋아하며 읊었던지… 문학관 안에는 그의 친필로 쓴 원고지, 사진, 시 해설, 소지품 등 그의 삶의 흔적고스란히 전시되어 있었고, 야외에는 생가와 함께 조그마한 공원도 조형물과 함께 소담스레 꾸며져 있었다.


<우리는 살고 가는 것이 아니라 언제까지나 살며 있는 것이다.>


그토록 많은 저항 시를 남긴 그는 그가 쓴 시 한 구절처럼 우리 가슴에 언제까지나 ‘살며 있는’ 존재가 되었다. 문학관을 나오며 혼자 읊조렸다.


‘정치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그가 이 시대에 살아 있었다면 아마도 이렇게 외치지 않았을까, 요즘 정치판을 보면서 말이다.


국립 부여 박물관은 입구에서부터 그 분위기가 장엄했다. 마침 레이저 영상으로 백제 기원이 되는 설화가 천장과 벽면에 뿌려지고 있었고 웅장한 음악과 함께 연속되는 거대한 영상은 화려했던 백제문화를 짧은 시간이나마 감상하기에 충분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금동대향로이다. 어릴 때부터 교과서에서만 늘 보아오던 것을 눈앞에서 직접 보는 것의 감격이라니. 요모조모 살펴보며 금빛 찬란한 장식 하나하나에 깃든, 섬세하고도 정교하고 세련된 세공 기술에 감탄했다.



부여의 거리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길가에 도로명이나 마을이 백제 영웅의 이름을 따거나 옛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로등도 격자무늬의 등을 달아 한껏 고전미를 뽐냈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난 다음에야 '장원 막국수'집 도착. 그럼에도 색종이 고리 끼우듯 줄이 늘어섰다. 시장기가 잔뜩 오르면 더 맛있겠지, 위로 삼아 순서를 기다렸다. 막국수와 수육의 환상적인 조합! 소문은 입맛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급히 구드레 선착장까지 일정을 서둘렀는데 시간이 맞지 않았다. 백마강을 돌아 수 있는 뱃길과 낙화암을 보지 못한 것은 다음을 기약해야 할 이유로 남겨두고 아쉽게 부여를 떠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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