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가은역'
하얀 네모 스티커에
검은색 다섯 글자가 단정하다.
볼 때마다 그곳 문경으로
날 데려다주는
마법의 병.
그날 다 마신 우유병을
딸이 가져가자고 했었다.
뭐하러…?
이후, 식탁 한 편 소품 옆자리에
줄을 잇고 선 유리병.
그 안에는 순간의 소리가 담겨 있다.
카페 주방에서 커피 내리는 소리.
음악 소리.
철둑길을 달리는 빈 바람소리.
여름 들판에 햇살 뛰어다니는 소리.
해 질 녘, 산등성이에서 내려오는
산 그림자 덮이는 소리.
방울 울리듯 청량한 딸 웃음소리…
"뭐하러?"
내 물음에 대한 답을 이제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