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속에 숨어 있는 오묘한 질감의 차이.
어제 문상한 지인의 영정 앞에서 어휘 하나를 두고 혼자 생각에 빠져 들었었다.
세상을 떠나다.
세상을 버리다.
'떠나다'와 '버리다'
그 어감의 차이는 꽤나 다르다. '떠나다'라는 말속에는 남아 있는 것에 대한 일말의 미련 같은 것이 느껴지지만 '버리다'에는 남은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결연함으로 다가온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시점 어느 때에 생을 마감하게 되더라도 끌려가지 말고 스스로 선택한 최후처럼 의연히 떠날 수는 없을까…
잘 살았던 못 살았던 태어났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대가와 긴긴 시간을 지불하며 살았는데,
올 때도 갈 때도 그저 어떤 힘에 떠밀려 한순간 오고 또 가는 걸로 생을 마무리하기에는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말이다.
같잖은 허세라고 해도 좋다. 최후의 순간에 나는 이렇게 말해야지. 나는 세상을 떠나는 게 아니라, 세상을 '버리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