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특유의 콤플렉스일까?
결혼해서 ‘아주머니’ 소리에 익숙해지는 데는 이십 년 걸렸고, 손주 얻고 ‘할머니’ 소리 듣는 데는 경기驚氣만 십 년이었다는 수다를 흔히들 한다. 손주 한 명 없는 나는 더욱 어떠하랴.
그런 탓일까? 광안리 바다를 끼고 있는 동네 산책길을 걷기는 즐겨하면서도 이곳에 있는 체력 단련 장은 늘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나쳤다. 노년층 전용물이라 여기며 범주에 속하기를 거부하는 같잖은 속내 탓이리라. 이런 내가 산책로에 있는 체력 단련 장을 애용하게 된 건 어느 TV프로에 나온 헬스 트레이너의 조언 덕분이다.
굳이 헬스장에 가지 않아도 동네 주변에 설치되어 있는 운동기구를 활용하세요. 거기 배치된 기구들이 바로 헬스장에서 사용하는 것들입니다.
석 달쯤 지나서일까? 인 바디 수치에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적은 차이였지만 근육 량이 늘고 지방은 줄었다. 거기에다 골밀도 수치까지 좋아졌다니 어찌 이곳을 도외시할까. 이제 이곳은 내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 아, 그리고 체력장은 생각처럼 노인들만의 전용물이 아니었다.
어린아이에서부터 노년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곳이 바로 여기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진풍경인들 없을까. 그중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팔운동 기구를 사용하는 일이다. 이것은 도르래를 이용하여 늘어뜨린 양쪽 줄 끝의 손잡이를 잡고 겨끔내기로 잡아당기는 운동으로 어깨와 팔의 근육을 유연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앞서 사용한 사람이 한쪽 줄을 확 잡아당긴 상태에서 끝내버리면 다른 쪽 손잡이가 도르래 근처까지 올라가서 줄을 잡을 수가 없다. 번번이 길게 내려진 한쪽 줄을 살살 달래 가며 반대쪽 줄이 내려오도록 용을 써보지만 키가 짧은 나로서는 웬만큼 내려와도 해결이 안 된다.
매너가 깡패야!
체력 단련 장은 나만 쓰는 게 아니라 공공이 함께 쓰는 곳이다. 배려가 없다면 누군가는 피해를 보기 십상 아닌가. 기구를 독점하지 않는 것. 용도에 맞게 쓰는 것. 손잡이를 가지런히 제 위치에 두는 것. 마구 쓰지 않는 것. 이 모든 배려가 몸만큼이나 마음도 건강하게 만들지 않을까.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마음 씀도 넓혀진 어른이 진짜 어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