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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코로나

by 김두선

이제는 코로나 끝물이라고 해야 하나?

2년 넘게 온 국민을 달구던 코로나가 결국은 내게도 마수를 뻗쳐 왔다. 지금껏 걸리지 않은 데 대한 교만을 여지없이 깨부수면서.



가까운 지인의 딸 결혼식에 간 것이 탈이었다.

이런 시절에 하객으로 가득 찬 막힌 공간에 간다는 게 왠지 찜찜했는데 결국은 부부가 사이좋게 걸렸다. 명절 장을 보려고 냉장고도 비워둔 판에 갑자기 일주일 자가격리라니. 대책 없이 갇히면 난 어쩌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그저 하루 종일 TV를 켜놓은 남편 곁에서 자다가 깨다가를 반복하는데 점점 머리도 아프고 목안도 붇고 몸살기에 피부까지 아려오기 시작한다.



고향집에 오려던 딸은 부산행을 급 취소하고

대신 날마다 먹을 것을 공급하느라 배달음식 메뉴에 안타까운 마음을 쏟고 있다. 운이 나빴던 게지, 생각하면서도 작은 결혼식이 쉽게 실천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생각하게 된다.




부조扶助.

그동안 품앗이로 뿌려놓은 이 부조를 포기할 통 큰 대인이 잘 있을라고. 결국 이 끊을 수 없는 연결 고리는 언제까지나 발목을 잡고 시도 때도 없이 우리를 불러낼 것이다. 그런데 내게 차례가 온다면 어찌할지, 나부터 고민해 봐야 하는 일 아닌가.



잊히지 않을 명절 선물을 받고 갇혀 지내자니 오만 가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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