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力

by 김두선


유튜브를 보다가 어느 역사 학자의 이야기 속에서 흥미 있는 언어 정보 하나를 입수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에서 '힘난다'는 힘이 밖으로 나가니 좋다는 뜻이고 '힘들다'는 힘이 안으로 들어오니 좋지 않다는 뜻이란다. 언뜻 들으면 앞뒤가 맞지 않는 듯하지만 힘의 원칙을 듣고 보니 공감 되는 말이었다.


인간이 힘을 길러야 한다고 배우게 된 것은 자본주의가 장려하는 경제 원칙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자본주의란 경쟁에서 출발하므로 힘을 키워야 하고 결국 키운 힘은 남을 괴롭히는데 쓰게 된다.



실제로 힘力자가 붙은 낱말을 찾아보면 하나같이 경쟁하여 남을 이기는 데 사용되는 것들이다.


판단력ㆍ창의력ㆍ자력ㆍ지구력ㆍ추진력ㆍ노력…


단어들을 열거하다 보니 타인과 함께 하는 '협력'마저도 최종적으로는 자신의 유익을 위해서 하는 행위이니, 정말 그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반해 인간에게 있는 가장 기본적인 감정들에는 어떨까.

동정력ㆍ연민력ㆍ애정력ㆍ헌신력ㆍ봉사력ㆍ순수력ㆍ친절력… 실제로 이렇게 힘 력力자를 붙여 쓰는 말이 없다.



역사학자의 말에 낯선 공감을 보내면서 힘 력力의 구조를 풀어 보니, 칼 도刀 위로 손잡이가 달린 형상이다. 결국 힘은 칼자루를 쥐었다는 뜻으로 풀이해도 좋겠다.



성경 이사야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그때(새 하늘 새 땅에서는) 이리가 어린양과 함께 살고,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젊은 사자와 살진 짐승이 함께하며 어린아이가 그것들을 이끌고 다니리라.


암소와 곰이 함께 풀을 뜯고 그것들의 새끼들이 함께 누우며 사자가 소처럼 짚을 먹으리라…


나의 거룩한 산 모든 곳에서 해치거나 파괴하는 일이 없으리니…'(이사야 11장 6, 7, 9절)



​이 예언서의 구절은 죄로 인해 인간에게 들어온 독이 다 처리된 그날이 오면 하나님께서 처음 지으신 상태대로 만물이 회복될 것에 대한 그림이다.




모두가 힘을 다 빼면, 구태어 힘으로 자신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없는 날이 오면 정말 이런 세계가 도래하지 않을까.

자본주의의 치열한 경쟁의 결과 공기도, 물도, 자연도, 사람도, 극도로 피폐해진 시대를 맞게 된 우리가 참으로 해야 할 일은 그래서…



힘을 기르는 일이 아니라 힘을 빼는 일이 아닐는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바다로 떠난 허수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