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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는 여행

by 김두선

새해가 바뀌어도 달라지는 건 별반 없다.

어제가 오늘이고, 늘 같은 일, 같은 현상들이 반복된다.

정초부터 삶이 지루해질 때, 산다는 것에 무기력함을 느낄 때, 때로는 유명한 사람이 남긴 명언보다 소소한 내 이웃의 한 마디가 더 힘이 될 때가 있다.


아니 소소한 이웃보다 더 힘들게 살아가는,

보통 사람보다 더 부족해서 오히려 특별한 사람이 되어버린 사람의 이야기. 그런 이야기라서 부끄럽지 않으려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는다.



어느 하루 우연히 리모컨을 켰다. 채널도, 프로그램 명도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중간 그 어디쯤 진행되고 있었나 보다. 화제의 주인공을 보며 눈과 귀를 의심했다.


모델 활동을 한다고?!!!


키 115 센티의 신체장애자. 팔이랑 손마디가 잘록잘록한 누에처럼 생긴 것이 저 팔과 손으로 물건이나 들 수 있을지 보기에도 측은하다. 오래

서 있는 것조차 힘겹다는데 그녀가 도전한 영역이 모델이라니 더더욱 놀랍지 않은가.



신체적 결함을 가지고도 세상의 눈길을 피해 숨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는 자신감이 그저 생겼으랴. 그런 그녀라서 그가 한 말이 더 진국으로 들려온다.



"인생은 여행 같은 것이다. 어릴 때 인생은 목표를 정해놓고 그것을 향해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산다는 건 돌발상황이 많기 때문에 그때그때 주변을 감상하면서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사는 것이 인생이고 잘하는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그녀가 들려준 말을 속필로 받아 적어둔 메모를 오늘 발견하게 되어 옮겨 놓는다.



그때그때.

그 순간에.

주변을 감상하며.

할 수 있는 것.

하며 사는 것.



여행은 마치면 돌아와야 한다. 사람이 돌아갈 본향은 죽음 다음의 곳이다. 숱한 돌발상황 가운데에서도 끝까지 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돌아가도록 그녀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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