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준비가 겨우 끝이 났다. 세 편을 준비하는 일은 늘 버겁다. 한 편의 글감은 이 년 전에 찾아서 묵혀놓은 것이었고, 또 한 편의 글감은 일 년 전에 잡은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한 편은 미리 써두었던 작품으로 대체했다.
정확한 내용인지 모르지만 헤밍웨이는 소설 한 편을 써서 퇴고하기에 이르기까지 육백 번 이상을 읽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은 아니지만 나는 적어도 육십 번 이상씩은 읽었을 게다.
글을 쓸수록 드는 생각은 우리말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조사를 사용할 때에도 결정하기가 만만치 않다.
oo의 oo‘는’ 어디 oo에서만 사용되었으랴.
oo의 oo‘가’ 어디 oo에서만 사용되었으랴.
한번 읽으면 조사 ‘은’을 썼다가 다시 읽으면 조사 ‘가’로 고쳐 쓰고 또다시 읽으면 ‘은’으로, 다시 ‘가’로, 자꾸만 고쳐 쓰게 된다.
물론 이론적으로 주격조사 ‘가’, ‘이’는 처음 정보를 줄 때 사용하고 ‘은’, ‘는’은 이미 정보가 제공된 다음에 쓴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론대로가 아닌 경우에는 글의 흐름에서 어감의 차이로 판정해야 한다. 결국 몇 차례 고치기를 반복, 마침내 헷갈리지 않고 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다.
oo의 oo가 사용된 것‘이’ 어디 oo 뿐이랴.
문장 쓰기의 고민이 어찌 이뿐일까. 닫는 소리인 미음으로 끝나는 명사구는 최대한 피해야 하고, 같은 명사나 서술어가 반복적으로 사용되어서도 안 된다. 문장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명사구를 사용할 것인지, 그냥 풀어서 쓸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고, 문단의 흐름이 꺽꺽 소리 나지 않고 물 흐르듯이 흐르고 있는지도 살펴본 다음, 다시 문단 배열을 흔들어 놓기도 해야 한다. 시제를 선택하는 일은 또 그리 쉬운 일인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려면 참으로 곱씹고 읊어보고 따져보아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 그 수고가 엄청난 인내를 요하는 일이라 이번에만 하고 말아야지, 하면서도 때가 돌아오면 또다시 도전하게 된다.
마약만 마약일까. 글 쓰는 일도 일종의 마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