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새해를 두 번 맞이할 수 있어서 참 좋다. 양력설날과 전통명절인 음력 설날이 있으니 말이다. 새해가 닥치면 이런저런 일로 부산하기도 하고,
뭘 할까 때늦게 뒤척거리다 보면 한 달이 눈 깜짝할 새 가버리기는 십상이다. 그러니 어영부영하다가 한 달을 훅 보내버리고 만 사람에게 음력 설날은 고마운 구원일 수밖에 없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두 번 얻는 행운 같은 것이니까.
해가 바뀌면 가장 많이 나누는 인사는 아무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일 테다.
그런데 언젠가 이 말에 태클을 거는 분이 있었다. 정확히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유명세를 가진 어떤 분이었던 것으로 안다. 그는, 복은 받는 게 아니라 짓는 것이라고 했다. 복은 스스로 노력해서 지어야 오는 것이지, 노력도 하지 않고 공짜로 받기를 좋아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일침을 놓은 것이다.
백 퍼센트 공감되는 말이었다. 이후에 나도
새해 복 많이 지으십시오,라고 새해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올해는 생각이 다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데, 모두가 어렵다고들 하는 팍팍한 요즘 아닌가. 택시 기사님도, 음식점 사장님도, 채소 가게 주인도, 택배기사님도, 만나는 사람마다 예전 같지 않다며 한 결 같이 울상이다. 시절과 상관없어 보이는 사람은 오직 정치인들 뿐인 듯하다.
이 어려운 서민들의 삶.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하늘에서 공짜로 복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덕담을 나누는 게 뭐 그리 잘못된 일일까.
푼푼한 세상을 그리며,나는 올해 다시 예전 버전으로 새해인사를 나눈다.
"새해 복 많이 많이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