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Ⅲ

by 김두선


변화 2


내 나이 서른 하고도 한 살이 되던 해였다. 캠퍼스 커플로 십일 년의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하게 된 친구가 있었다. 두 사람은 양쪽 집안의 반대로 긴 세월 동안 우여곡절을 겪었다.



드디어 결혼식을 하루 앞두게 된 날 저녁, 친구들의 축하 속에 열린 댕기풀이는 두 주인공의 눈물바다가 되었다. '이러면 될 걸, 이러면 될 걸...' 신랑 신부는 무수히 반복됐던 만남과 이별의 정한을 밤새도록 술잔에 풀어냈다.



다음날 신부는 간신히 나타난 듯 보였다. 퉁퉁 부어오른 눈두덩에 푸석푸석하고 까칠한 얼굴은 화사한 화장과 부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사회를 맡기로 한 신랑 측 친구는 전날의 사태로 예식이 진행되기 전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긴급조치가 필요했다. 결국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세 살배기 딸아이를 곁에 앉혀두고 내가 사회를

급조해야 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로부터 정확히 일 년 뒤, 신랑은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영결식 사진 속. 국화꽃을 가슴에 단 신랑의 미소와 마주치는 순간, 나는 심혈관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꼈다. 결혼식 때 찍은 사진이 고작 일 년 뒤 영정 사진이 될 줄이야!



영구차가 마산의 화장장으로 무심하게 달릴 때, 산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그는 하던 일을 접어두고 일본에 교환 선생으로 가게 된 부인을 따라 함께 갔었다. 사고가 있던 날 자정을 훌쩍 넘은 시간, 만취한 상태로 도로를 횡단하던 그는 자동차 사고로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 원수 놈의 차 때문에 목숨을 잃었는데 여전히 그 '차'란 놈에게 자신의 주검을 맡기며 가는... 망인을 실은 영구차 안에서 나는 그들이 나눈 십일 년간의 사랑의 파편을 조각조각 맞춰보고 있었다.



'사랑해야지. 살아 있는 동안 사랑해야지.' 원하지 않아도 한 번은 다른 한 편을 먼저 떠나보내야 하는데, 사랑하기만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이 비문처럼 가슴팍에 또렷이 새겨졌다. 그날 화장터의 검은 연기가 뭉글뭉글 비 뿌리는 하늘을 향해 솟아오를 때 신부는 초혼(招魂)을 행하듯 남편의 이름을 부르며 정신 줄을 놓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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