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지에 마킹하듯 검지 끝이 연신 부들댄다.
갈 곳을 못 찾는 손가락이 황급히 전송된 메시지를 꾹 누른다.
이번에는 초점 잃은 동공이 어지럽다.
어디쯤이더라?
한눈에 못 찾고 더듬다가 허겁지겁
‘삭제’ 버튼을 찾아낸다.
다시 '모든 대화상대에게 삭제’
꾹 누른 검지 끝이 벌렁대는 심장으로 재빨리 안심 신호를 쏘아 보낸다.
한 템포 늦추라는 말은 매번 엿이나 바꿔먹었나 몰라.
감성이 이성보다 나대기를 좋아하니 번번이 실수하고 만다. 보내고서 초 다투며 지울 짓을
왜 보낸 다음에야 후회하는지.
지우긴 했지만 뒤끝이 개운치 않다.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흔적처럼 남은 문장 탓이다.
이것마저 지우는 기술개발은 왜 ‘아직도’일까.
삭제 속에 숨은 마음이 들킨 듯하여 혼자 낯이 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