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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두선 Jun 05. 2024

삭 제


시험지에 마킹하듯 검지 끝이 연신 부들댄다.

갈 곳을 못 찾는 손가락이 황급히 전송된 메시지를 꾹 누른다.



이번에는 초점 잃은 동공이 어지럽다.

어디쯤이더라?

한눈에 못 찾고 더듬다가 허겁지겁 

‘삭제’ 버튼을 찾아낸다.



다시 '모든 대화상대에게 삭제’



꾹 누른 검지 끝이 벌렁대는 심장으로 재빨리 안심 신호를 쏘아 보낸다.

한 템포 늦추라는 말은 매번 엿이나 바꿔먹었나 몰라.  



감성이 이성보다 나대기를 좋아하 번번이 실수하고 만다. 보내고서 초 다투며 지울 짓을  

왜 보낸 다음에야 후회하는지.

지우긴 했지만 뒤끝이 개운치 않다.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흔적처럼 남은 문장 탓이다.

이것마저 지우는 기술개발은 왜 ‘아직도’일까.

삭제 속에 숨은 마음이 들킨 듯하여 혼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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