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수필
스승의 날.
선생은 있어도 스승은 없다는데
올해도 부끄러이 이 날을 챙겨 받았다.
작은 선물과 함께 소소한 식사 한 끼를 나눈 곳.
밥집 입구에서 감탄을 연발했다.
화이불치.
참으로 자연만큼 화려한 색이 없고
어떤 색도 유치하지 않은 게 자연이다.
넓은 통유리 창을 낸 실내도 정갈하다.
카페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곳이지만
메뉴는 한식, 처음 먹어보는 '멸치 쌈밥'
궁중음식 전문 요리가라는 주인장 솜씨가
깨적대는 내 입맛을 사로잡았다.
도톰하고 푸릇한 상추쌈에 멸치장을 크게
떠 얹어 한입 그득 베어문다.
딸이 오면 함께 와야지, 생각하며 삼키는데
그녀가 한 말이 떠오른다.
"맛있는 걸 먹다가, 엄마 말고
딴 얼굴이 생각나면 그때 결혼할게."
하지만 딸 생각도 잠시!
인심 후한 공깃밥이 고봉이더니만
밥공기 밑바닥이 보일 때까지 파먹었다.
가을 전어 맛이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고 했던가.
맛난 음식을 즐기는 일은 참으로 만사를 잊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