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제 앞에 설 때마다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그리고 의연할 수 있는 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도 놀라며, 되새김하고 다짐하게 된다.
# 교회 주일학교에서 소풍을 갔을 때였다.
짐을 채 풀기도 전에 아이 한 명이 사라졌다.
모든 일정은 취소가 되었고 아이를 찾기 위해 삼삼오오 흩어졌다. 몇 시간 뒤 아이는 저수지 수면에 떠올랐고 하필 오대 독자라는 정보에 우리는 더욱 할 말을 잃었다.
위로를 건넬 수 있는 그 어떤 말이 있으랴.
주일학교 교사들은 모두 다 죄인이 되어 할 말을 잃었다. 장례식이 끝나고 아이의 어머니가 입을 열었다.
"마음에 너무 짐 지지 마세요.
선물로 주신 분이 하나님이신데 다시 찾아가는 것도 그분 아니겠어요?
남은 날의 행불행을 우리가 모르니
아이의 나쁜 때를 피해, 가장 좋은 때에
주님께서 미리 데려가셨겠지요..."
세상이 무너지는 아픔이었을 텐데 그녀는 땅을 치며 통곡하지도, 하늘을 우러러 원망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입술을 깨문 채 속울음을 삼켰겠지만...
# 자폐아를 자녀로 둔 어머니가 상담을 왔다.
큰 애는 의대를 다니고 막내이자 늦둥이인 이 아이는 당시 초등 삼 학년이었다. 지적장애가 함께 있었는데 특수학교로 보내는 것이 못내 용납이
안 됐던지 일반 학교 특수반에서 따로 수업을 받는다고 했다.
부족한 자식을 향한 오랜 고통과 아픔 탓인지 그녀는 실제보다 훨씬 나이 들어 보였다. 자녀 키우는 엄마로서 함께 안타까워하는 내 마음을 읽은 것일까.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저는 주님께 감사해요. 이름만 대면 대한민국이
알 만한 우리 집 가문인데 얘가 아니었다면
제가 하나님 앞에 엎드렸을까요?
늘 낮아지고 겸손해지고 오만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이 아이 덕분이니,
얘가 '우리 집 복'이랍니다.
행복을 추구하는 순간, 인간은 불행해진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일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불행을 잘 대처하는 순간 얻게 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