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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르다 Sep 14. 2019

헌 책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어야 할 책

모든 일이 드래건플라이 헌책방에서 시작되었다 를 읽고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회사를 다니다 실직자 신세가 된 30대 여자 매기는 옆집 이웃이자 집주인인 휴고가 운영하는 드래건플라이 헌책방에서 죽치고 하루 종일 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매기 옆에는 어릴 때부터 단짝 친구인 게이 디지가 있다. 매기의 자리를 걱정해주는 잔소리꾼 친구 디지는 매기에게 아르고넷 회사 대주주인 애비의 북클럽에 가서 점수를 따서 둘이 함께 창업한 아르고넷을 되살리고, 과거의 화려한 시절을 다시 찾아오자고 제안한다.



그 북클럽이 함께 읽은 책은 <채털리 부인의 연인>이었다. 헌책방 주인인 휴고는 그 책을 매기에게 가져다준다.  휴고가 준 낡은 책에선 얼굴도 모르는 헨리와 캐서린이 페이지 여백에다 써 내려간 연애담이 발견된다. 헌 책 안에는 두 사람의 사랑이 싹트게 된 감미롭고 열정적인 과정이 빼곡히 적힌 러브레터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마침 휴고는 헌책방에서 일할 것을 매기에게 제안한다. 매기는 재취업을 하게 되면 그만둘 거라고 말하며 일을 시작하지만,  헌책방 홈페이지를 만들고 온라인 판매도 시작하며 최선을 다해 일한다.

헨리와 케서린의 이야기도 블로그에 올리는데, 책을 매개로 한 사랑 이야기는 핫한 조회수를 기록하게 되고, 유명해진 헌책방으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또한 주변에선 바람둥이라고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흔드는 라지트와도 사랑에 빠지게 된다.

매기는 애인에게 차였다. 직장에서도 해고돼 월세를 걱정하는 신세다. 그렇지만 마냥 풀없이 지내지 않는다. 매기 특유의 밝음과 자신의 똑똑함과 능력을 믿고 잘 될 거라고 생각하는 자신감 있는 태도는 소설 분위기까지 밝게 만든다.

대형 서점과 대형 서점에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중고 서점이 워낙 잘 돼 있어서 개인이 운영하는 헌책방은 점점 사라져 가는 요즘이다. 책이 있는 공간이라면 어디든 머무르고 싶어하는 나에게 '책 제목'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이었던 소설이었다.

헌책방에 어울리는 작품. 그렇다, 사람들은 여전히 아날로그 감성에 목마르다.


읽으면서 든 생각은 “이 책 참 재미있네.”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지만 역시나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괴짜같지만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드래건플라이 헌책방 이야기.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다!




-밑줄 쫙!!


책을 읽어도 사람들의 삶은 바뀌지 않는다. 흔히들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명상을 하려고 휴양지로 가는 비행기 1등석에서 서머싯 몸의 <면도날>을 읽거나, 이혼한 후 킬리만자로 산을 덮은 만년설을 보려고 떠난 길에서 폴 보스의 <마지막 사랑>을 읽는다 해도, 디즈니랜드에서 회전 컵 놀이 기구를 타며 빙글빙글 도는 것보다 더 거창한 깨달음을 얻는 것도 아니다. 미안하지만 이게 진실이다. <중략> 그들은 질리지도 않고 이곳을 찾아와 실망으로 가득 찬 마음을 달래고 사위어진 열망을 되살리기 위해 종이와 글로 된 엘릭시르(연금술에서 만병통치와 불로장생의 효험이 있다고 전해지는 영약)를 찾는다. 책이 내 인생을 바꿔 주었다고 믿기 때문이다.(p.11~12)
 
당신이 두려워한다는 걸 잘 알아요. 나도 두려워요. 하지만 두려움은 실제로 존재하는 게 아니에요. 단지 기억과 뒤섞인 감정일 뿐이죠. 우리가 두려움 때문에 원하는 것을 포기할 때 비로소 두려움은 위험한 것이 돼요. 나는 당신을 원해요. -헨리 (p.134)

제이슨의 말이 옳았다.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면 다른 사람들의 이러쿵저러쿵 하는 의견에 휩쓸리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라일락 향이 나는 티슈에 싸두거나 버블 랩으로 돌돌 말아서 가슴속에 고이 모셔 두어야 하는 것이다. (p.188)
 
「얼른 내면의 괴짜를 찾아내, 매기. 그 괴짜마저 사랑해 주지 않는 사람이라면 절대 만족하지 마.」 그가 말했다. (p.287)

서점은 로맨틱한 생명체다. 녀석은 자신이 파는 물건으로 당신을 유혹하고 여러 가지 골칫거리들로 당신의 마음을 산산조각 낸다. 열렬한 독서가라면 누구나 자신의 서점을 원한다. 그들은 하루 종일 책에 파묻혀 지내는 생활이야말로 자신들의 열정을 가장 근사하게 채우는 방법이라 여긴다. 하지만 그들은 서점으로 들어오는 책들을 분류하고 나가는 책들을 추적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책을 나르고 책꽂이에 정리하느라 요통에 시달리고 그렇게 고생해 봐야 손에 쥐는 돈은 푼돈이라는 사실도 모른다. 독자들은 마치 결혼 생활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결혼식을 어떻게 올릴지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사람들 같다. 책은 어느새 무거운 짐이 된다. 그 짐을 피해갈 방법은 없다.(p.348)

드래건플라이를 찾는 사람들은 단지 책을 소유하려는 것만이 아니다. 그들은 책이 필요하고 책을 갈망하고 책이 없다면 숨조차 쉴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 헌책방과, 이 헌책방의 책들과, 그 책들이 아직 들려주지 않은 이야기들과 사랑에 빠졌기에 이곳을 찾는다. 이들은 한때 이 책들을 가졌던 사람들에 대해 이것저것 상상하기를 즐기기에 이곳을 찾는다. 이들은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이 자신들이 찾아낸 책과 닮았기에 이곳을 찾아온다. 모서리가 살짝 닳은 채 궁합이 맞는 사람이 나타나 책장을 펼쳐 보고 집으로 가져가 주기를 기다리는 책들 말이다(p.349~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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