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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르다 Dec 09. 2019

온전히 나답게, 살고 싶다.

한수희 에세이를 읽고



한수희, <온전히 나답게>
밑줄 총총총.


(2016년에 어디서 이 책을 읽었는지,
그때 나는 어떤 기분으로 이 책을 골라 들었는지 기억난다
이런 책은 다시 봐도 좋다!)

냉철한 현실감각을 갖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현실에 환상의 색채를 더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1년의 구석구석 보물찾기처럼 선물 같은 계획들을 숨겨 두었다. 봄은 소풍의 시즌이다. 유부초밥이나 샌드위치, 아니면 그냥 주먹밥이나 맨밥에 남은 반찬 같은 것들을 도시락통에 가득 채운다. (p.79)
.
원칙을 세우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아무런 원칙도 없이 이렇게 저렇게 흘러가는 대로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가 바라던 대로 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랬다. '완벽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고. 적당히 느슨하게, 적당히 지저분하게, 적당히 게으르게, 적당히 헤매게, 적당히 비겁하게. 뭐든 우리의 행복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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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어느 순간 그런 환상이나 허위에서 깨어나기 위해서 일지도 모른다. 나 자신의 민낯을 보기 위해서 말이다.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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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 삶이 끝나게 된다면 오늘 나의 삶에 대해서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내 삶을 돌아보았다. 시시했다. 시시한 일을 하고 시시하게 살았다. 누구에게 자랑할 만한 일이라고는 결혼을 좀 빨리해서 애를 둘 낳은 것 말고는 거의 없다고 해도 좋다. 그럼에도 어떻게 해서든 내 인생의 의미를 찾아보기 위해 노력한다. 자기 자신을 소외해야 살아남는 세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소외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끌어안아도 살아남을 수 있은 작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내 손이 닿는 곳에서. 그게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최소한, 상갓집 문상객의 '각'으로 살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발버둥. 그래, 결국 마지막에 가서 내세울 건 그거 하나밖에 없는 걸지도 모른다. (p.220)

나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절실했다. 무언가를 성취하고 싶었다. 인정을 받고 싶었고 스스로 뿌듯해 지고 싶었다. 뭔가를 성취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것들을 발로 걷어차 버리면서 살아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중략) 세상에는 뭔가를 이루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들이 많다. 그걸 알고는 있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나에게는 '향상의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했던 것이다.
 무엇 하나 거저 쉽게 얻은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괴롭게 얻은 것들은 일단 완성의 단계에 이르고 나면 만족스러웠다. 내가 귀찮음과 하기 싫은 마음과 싸워 이기지 않았더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게 내 스타일이었다. 나는 그렇게 살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자 모든 것이 전보다 훨씬 더 편해졌다. 더 이상 나 자신과 싸울 필요도 없었다. 그냥 나는 남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남보다 더 노력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핸디캡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실 평생을 싸워온 자신의 단점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는 일이다. 잘 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평생을 걸쳐 우리가 부단히노력해 이룰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자신과 화해하는 일이 아닐까. 그건 어떤 변명이나 무례가 아니라 일종의 무겁고도 홀가분한 체념 같은 일이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P.271~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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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작가의 삶에 대한 애착이 묻어난다.
작가 분 마인드가 완전 내 스타일.

특히...
맨 마지막 부분은 몇 번이고 더 읽었다.
나는 경쟁을 싫어한다. 경쟁을 싫어하는 이유가 내가 경쟁적인 사람이여서 인가? 싶기도 하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 어제보다 오늘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내 머릿 속 깊숙한 곳에 항상 자리잡고 있다.

그렇지만 끝심이 달려 열심히 하다가 흐지부지하기 일수.
의욕에 쉽게 불타 오르고, 뭐든 할 것 처럼 덤비지만 결국 얼마 가지 못해 기력이 다해 버리는 그런 사람이 바로 나다.
무언가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내재되어 있는듯 하다.
꽤 자주 스스로에게 너무 빡빡하게 굴지 말자고 다짐한다.

사람도 별로 다니지 않는 동네 뒷골목에 카페를 내고서,
한밤 중에 숲길을 걷고 있다고 쓴 표현도 참 좋았다.
인생이란 그런 게 아닐까.
어찌됐든 헤쳐 나가야 한다.
길을 내고, 나뭇가지를 쳐내면서 길을 만들어 나가다 보면 그게 나의 인생이 된다. 정답표 인생, 오답표 인생이 따로 있을까? 정답처럼 여겨지는 삶은 있다.
그래서 비교하게 되고 움츠러 들기도 하지만, 비교하지 말고, 어깨에 힘빼고 주어진 하루를 성실히 살자.
사람으로 오신 하나님의 이름, 예수 그리스도.
그분이 내 삶의 주인이라는 '분명한 사실'만 놓지 말고 살자.
책 제목 앞에 붙은 '인생을 느슨하게, 매일은 성실하게'를 기억하며.
 

아! 이 책은
좋은 음악과 맛있는 커피가 있는 카페에서 읽기에
딱 좋은 책이다. 카페에서 못 읽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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