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낯설게 보기.
벚꽃 시즌엔 어떠한 의무감처럼 그 나무 아래 쪼르르 달려간다. 이십대를 지나 삼십대 초반을 훌쩍 넘길 나이를 지나는 2020년도 마찬가지다. 다만 예년보다 인적드문 곳을 찾아 포즈를 취한다는 건 달라졌다.
그러다 관찰을 하고 싶어 졌다.
도련님과 남편과 안양 순회를 했는데 가는 곳마다 벚꽃이 아직 생명력을 뽐내고 있었다. 안양대 도서관 창 밖도 그러했고, 안양천도, 장보러 들린 마트 주변도 그러했다.
그중 절정은 안양예술공원. 벚꽃 하나를 유심히 살폈다. 향도 진했다. 체리블러썸이라는 향의 원래 것이 은은한 맛이 오래 남는 향기를 지녔고, 벚꽃나무마다 미세하게 흰색처럼 보이기도 하고, 분홍처럼 보이기도 하는 영역이 달랐다. 희기도 하고, 달아오른 새색시 볼 처럼 분홍빛이 연하게 감돌기도 했다. 무엇보다 꽃 못지 않게 꽃이 진 자리에 선명히 보이는 초록잎들이 참으로 싱그럽다. 최애 색 초록색을 머금고 있어서 편애의 마음이 기운다.
흙바닥에, 강물 위에, 웅덩이 위에 떨어진 꽃잎들 마저 봄의 끝자락을 밀어내고 자리를 보전하는 꽃나무의 이어진 일과처럼 아름답기만 했다.
일찍 피어 오래 보는 이들을 감탄시키는 개나리와 천변에 쟁쟁 피어난 보라십자화와 수많은 들꽃들도 충분히 예쁜데, 왜 우린 벚꽃을 봄의 전령으로 꼽을까?
이런 질문에 꼭 답을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누구나 안양예술공원 벚꽃길을 걸으면 “벚꽃무리”가 가진 힘이 다른 꽃나무들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독보적으로 유지하는 데서 나온다는 걸 인정할 것 같다.
역시, 아름다운 생명체를 보고 오면 마음이 깨끗해진다.
청결한 마음으로 곤히 잠들 준비를 마쳤다.
올 해 벚꽃은 어쩌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다른 어떤 해보다 반짝이고 반갑게 다가와서 우수수 흩날리는 마지막 그날까지 열정적으로 관찰할 요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