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르다 Jun 11. 2024

제왕절개 흉터, 튼살이 뭐가 어때서

엄마도 여자랍니다

출산 72일 차.


제왕절개 흉터는 다행히 덧나지 않고 잘 아물었다.

일주일 전 그토록 가고 싶었던 대중목욕탕에 다녀왔다.

씻고 나와 거울을 보니 선명하게 제왕절개 흉터가 나를 보고 웃고 있는 것 같았다.

많이 미워 보이고 징그러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예쁘네?"란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예뻐서가 아니라 엄마가 되기 위해 얻은 영광의 상처, 영광의 흉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카케어밴드를 사서 붙이고, 연고를 바르면서 신경 쓰긴 했지만 켈로이드 피부가 아녀서 위로 볼록하게 올라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설사 예쁘게 아물지 않고 진하게 흉터가 남아도 "Not bad"란 생각까지 들었다.


비키니선 아래로 내려서 절개해 주신 선생님 덕분인지, 솔직히 거의 보이지도 않았다.

아줌마가 비키니 입을 일이 얼마나 되겠으며, 설사 비키니를 입었을 때 흉터가 보인다 하더라도

흉볼 일인가란 생각이 들며 스스로 예쁘다 해주고 싶은 맘이 생겼다.



출산 후 바뀐 몸매와, 쉽게 빠지지 않는 살, 꾸미지 못해 초췌한 얼굴을 보며 스트레스받는 엄마들이 많다.

나도 그 과정을 겼었다.

모유수유를 하며 감사하게도(?) 출산 전 몸무게로 금방 돌아왔지만

뱃살은 이상하게 안 빠졌다. (안 빠지고 있다 여전히...)


청바지가 겨우 들어가고, 살짝 불편하다. 25-26 사이즈 청바지밖에 없는데 새로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부러 청바지를 입으면서 배에 힘들 주고 걸어보기도 했다. 서른 중반의 아기 엄마지만, 엄마이기 이전에 여자여서 그런 걸까. 아기 낳기 전에 여유롭게 들어갔던 청바지가 안 들어가니 생각보다 충격이었다.


이런 감정은 모든 여자들이 대부분 겪는 감정이다.


배엔 튼살이 생기지 않았는데 허벅지, 엉덩이엔 튼살이 생겼다. 흰 튼 살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것도 흰색으로 생겼다. 이건 조금 속상했지만, 금세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이것 또한 뭐가 어때서?


임신하는 과정에 생긴 건데, 다시 지워지지 않더라도 뭐 어때!

엉덩이를 드러내놓고(?) 다닐 일도 없거니와, 남편은 여전히 내가 예쁘다고 칭찬해 주니

자존감이 올라간다.


이 땅의 모든 엄마들에게 '아름답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대로 충분합니다", "당신은 그 자체로 아름답습니다"라고 말이다.




이전 08화 모유와 분유 사이에서 서성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