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집 다 사야 하는 걸까 고민에서 시작한 10개월 맘의 책육아
나의 어린시절을 돌아보았다.
엄마 덕분에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수 있었고 다섯살 끝날 무렵 한글을 뗐다. 이야기 하늘나라라는 전집 을 많이 읽어주셨고 카세트 테이프로 엄청 많이 들으면서 우리 쌍둥이 자매는 한글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12개월 전부터 엄마가 전집 책을 다 사서 읽히셨을까? 그러진 않으셨을 거다. 몇 권의 책을 사서 읽어주셨을진 몰라도 그시절 우리 집 사진을 보면 아기가 보는 책은 없었던 것 같다. 정확하진 않지만 그렇다. 그래서 마음을 내려놨다.
야물야물, 베이비올, 블루래빗 등등 전집은 한 셋트당 20만원 전후로 가볍지 않은 금액이다. 부담이 된다. 당근에 알림 설정을 해놓고 저렴한 가격에 올라오는 것들은 데려올 생각이 있지만, 아이의 독서력과 문해력이 영유아시절 전집과 다양한 교구를 얼마나 들였느냐와 무조건 비례한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아기가 7개월 전엔 책에 많은 압도적인 관심을 보였다. 엎드려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보니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책을 많이 읽어줬다기 보단 입에 물고 먹어도 되는 종이 재질의 책 4권을 자주 노출시켰다. 누워 있는 아기에겐 옆에서 누워 책을 보여주면서 읽어줬고, 엎드리던 시점엔 그 앞에 책을 두면 아기가 그걸 장난감 삼아 가지고 먹으면서(feat.침) 놀았다.
10개월이 된 지금, 전집을 다 들일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나도 막상 돌무렵이 되니 전집을 들여야 하나?란 고민이 스치듯 몇 번 마음을 흔들었다.
책육아 엄마로 유명한 인플루어서, 블로거, 인스타 사용자들의 추천 도서 중에서 공통되는 전집 목록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아기가 그 책들을 너무 좋아한다는 후기가 특히 확대되어 눈에 들어왔다.
감사하게도 경기중앙교육도서관에선 방학 기간동안 전집을 45일간 빌려준다. 집에서 차로 10분 정도되는 거리에 있다. 초보운전인 나도 운전할 수 있는 경로다.
다만 30권이 넘는 책을 혼자 들고 오긴 무리일 것 같아 신청 첫 날에 남편과 함께 달려가서 베이비올 명화 전집을 빌려왔다. 우리 아기한텐 아직 글밥이 많은 편이지만, 책 내용이 알차고 조작할 수 있는 것들도 많아서(사운드북도 여럿 있다) 엄마인 나도 재미있게 보고 있다. 조금은 귀찮더라도 전집을 이런 식으로 빌리고, 일반도서(어린이 책 포함)도 한 번 빌릴 때 15권을 빌릴 수 있으니 사랑이에게 읽혀주고 싶은 책은 이런 식으로 빌려 보기로 했다.
사실 갈 때마다 내가 보고 싶은 책도 5권 정도씩 빌려온다. 육퇴 후 읽고 싶은 책 읽는 짜릿함이란! 행복이 뭐 별 거 있나란 생각이 들 정도다.
사랑이가 입에 넣는 이슈가 있어서 책을 가지고 와서 티슈로 닦고, 종이책은 사랑이가 뜯을까봐 조심조심 보여준다. 혹시나 입에 들어가려고 하면 다른 쪽으로 빼놓고 빳빳한 책을 앞에다 두는 식으로 하고 있다.
10개월 아가의 경우 긴 문장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병아리가 삐악삐악 울어요", "사과가 쿵 떨어졌어요", "쫑긋쫑긋 기다란 귀", "옷을 입자 짠짠" 이런 식으로 단문으로 된 책이 좋다고 한다.
의성어/의태어가 들어간 책이 아이들에게 더 각인이 잘 되는 건 여러 아기책들의 제목에 의성어/의태어가 들어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런 글밥이 적은 책들 위주로 읽어준다. 아빠한테도 이런 책을 쥐여준다.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어주는 게 언어발달에 좋다고 해서 집에 있는 소장책은 오전이나 오후 두세타임으로 나눠 여러 번 노출해주려고 노력한다. 엄마도(아기보다) 지루해질때 쯤 도서관에서 빌려온 전집을 읽어준다. 또 당근에서 신생아 시절 가져온 영어책(그림 위주, 칼라가 선명해 아기가 신기해하면서 쳐다본다. 물론 오래 가진 않음!)이나 사운드북을 활용해 집중도를 끌어올린다.
이 모든 책들은 아기가 좋아하는 장난감 앞에서 2순위가 된다. 장난감과 책으로 함께 '논다'는 개념의 책육아가 내가 추구하는 책육아다. 우리 부부는 사랑이와 말을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이라 언어 발달은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 조금 늦어도 뭐 어떤가. 해야할 때가 되면 다 하게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렸을 때부터 책을 가까이 하고, 책 읽는 즐거움을 몸에 익게 해주는 건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역할이고,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 부분에 있어선 열심을 내고 있다.
영어 책을 많이 노출해주잔 생각으로 가져왔다기보단 당근에서 저렴하게 나온 책들이 영어책이 많아서 영어책을 많이 들여다놨다. 유명한 돌잡이 전집들은 당근에서도 인기가 많아서 중고가도 꽤 높은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100일쯤 지나선가 조동(조리원 동기)멤버가 이 놀러와서 "이 집은 다 영어책밖에 없네"라고 농담 반 진담 반 한 마디를 던지기도 했다. 그만큼 책육아 전집 들이기엔 관심이 없었다. (사실 찾아보긴 했으나 비싸서 사지 않았다.) 선물받거나 물려받은 책이 몇 권 있어서돌 전 아기를 위한 한글로 된 책은 최근 두세달 전부터 들이기 시작했는데 전집에 포함된 책이 낱권으로 몇 권있고, 나머진 당근에서 글밥이 적은 책들 위주로 가져왔다. 그런데 이 책들도 다 너무 좋다. 그림도 예쁘고 책 내용도 사랑스럽다.
피터래빗 스토리 라인(영어 책인데 나중에 읽어주려고 미리 사둠. 그림이 서정적이다.),
에릭 칼 책(선물받은 것도 있고 산 것도 있고, 전권을 모으고 있는 중인데 절반 정도 산 것 같다.)
어스본 사운드북(동물농장(이건 아기가 정말 좋아해요!), 내 소리가 제일 커 등등)
블루래빗 촉감놀이 단권
애플비 차근차근 말배우는 그림책 "삐악삐악 울어요", "느릿느릿 걸어요" 등 -> 이 전집 좋다! 추천추천!
들여다 봐(웅진다책)
Bizzy Bear's big Book of Words
뱅글뱅글 딸랑딸랑
블루래빗 동물은 내 친구
엄마랑 뽀뽀
사과가 쿵 (보림)
눈눈눈 (보림)
에릭칼 책은 당근에 많이 올라온다. 물론 원서인 만큼 가격이 싸진 않다. 그림체도 내용도 너무 좋아서 아직 못 들인 책들은 새 책으로 구매 중이다.
12개월까진 지금 있는 책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이 책을 꾸준히, 반복해서 잘 읽어주는 게 당분간 우리 부부가 할 일이다. 유명한 전집들은 이름값을 하더라. 여유가 있다면 책육아맘들의 추천 전집을 몇 질 들이는 것도 추천한다.
원래 그림책을 좋아하는 나는 어느정도 글밥이 있고 그림도 예쁘고 내용도 좋은 그림책을 얼른 얼른 더 많이 들여놓고 싶다. 재작년에 국제도서전에 가서 '작은 틈 이야기', '그 많던 씨앗은 어디로 갔을까' 등 몇 권의 책을 사왔다. 아기와 함께 도서관에 가서 아기가 직접 책을 고르고, 나는 내가 볼 책을 고르고 두 손 무겁게 책을 가방에 넣고 집으로 돌아오는 그 날이 얼른 오면 좋겠다.
지금 나에게 있어 책육아는 '놀이와 즐거움' 사이의 무언가이다.
아기에게도 내게도 즐거운 시간으로 기억되기를! 이것이 내가 세운 '책육아'의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