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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모실에서의 예배가 감사한 이유

14개월 아기와 함께 드리는 예배

by 와르다

영유아를 키우는 엄마, 아빠의 예배는 자유롭지 못하다. 품에 안은 아기와 함께 자모실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은 한 사람이 자모실에서, 다른 한 사람은 본당에서 예배를 드린다.


남편이 목회자인 나는 늘 자모실로 향한다.


가끔은 벅차고, 때로는 마음이 쓸쓸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자모실이라는 공간 안에서라도 하나님을 예배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찬양이 울려 퍼지면 아기가 엉덩이를 들썩이며 리듬을 타고, 아직은 알아듣지 못하지만 자모실 위에 걸린 모니터 속 말씀 전하시는 목사님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아이와 함께하는 예배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시간이다.


아기가 예배 시간에 포근히 잠들어 주면 자모실에서도 마음 깊이 예배에 집중할 수 있다. 어떤 날은 유모차 안에서 예배 시간 내내 깊은 잠에 빠지기도 하는데, 그럴 땐 본당 입구 한켠에서 오롯이 예배를 누리는 호사도 누린다.


사랑이는 생후 60일이 조금 지난 시점부터 자모실 예배에 함께하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자모실을 거의 나 혼자 사용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300일이 되기 전까지는 자모실에서도 곤히 잠들고, 참으로 순한 아이였기에 엄마로서도 큰 어려움 없이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르다.

자기 주장이 생기고 의지도 강해진, 아주 ‘정상적인’ 아기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어 졸린 눈을 비비면서도 낮잠을 거부하는 단호함!)


작년에는 사랑이와 나, 둘만의 공간 같았던 자모실에서, 급히 용무를 보거나 필요한 물건을 가지러 가야 할 때 난처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감사하게도 새로 등록한 성도님들 가정에 영유아가 많아졌다. 1부든 2부든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이제는 자모실 안에서 다른 집사님들께 아기를 잠시 맡기고, 이유식을 데우러 갈 수도 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힘이 되어줄 수 있음이 얼마나 따뜻하고 감사한 일인지.


요즘 사랑이는 자꾸 이리저리 기어 다니고, 조금씩 걸음마도 시작해서 자모실에서 가장 분주한 아기와 엄마가 되어버렸다. 예배에 방해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지만 현실은 생각만큼 녹록지 않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제 사랑이가 엄마의 말을 조금씩 알아듣기 시작했다는 것. 그러니 오늘도 마음을 다잡고, 함께 예배드리는 이 공간 안에서 조금씩 '엄마와 함께 드리는 예배'를 연습해보려 한다.


언젠가 이 시간들이 돌아보면 눈물겹도록 소중한 순간들이었음을 믿으며, 오늘도 사랑이와 함께 예배의 자리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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