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똑같은 옷만 입게 되는 이유
사모가 되기 전 내 머릿속 교회 사모님들의 모습도 사실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릴 적 보수적인 교회에서 보던 사모님들은 대부분 긴 정장 치마를 입으셨고 색깔도 무채색에 가까웠던 기억이 난다. 아니면 단정하고 우아한 스타일의 원피스였거나.
그래서일까? 나도 모르게 교회갈 땐 그런 옷을 찾게 됐다. 검정색 계열의 치마나 단정한 스타일의 옷. 아무도 사모 옷에 신경쓰지 않는다, 자유롭게 입자 하면서도 스스로가 스스로한테 요구하는 기준이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더라. 사실 남편은 교회갈 때나 교회 안 갈때나 동일하게 자유분방한 스타일의 옷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기만 보고 싶다나 뭐라나.
아기 엄마가 되면서 교회갈 때 입는 옷의 범주가 굉장히 넓어졌다. 편한 바지, 청바지, 면바지, 활동하기 편한 펑퍼짐한 치마 등등. 누군가는 "어머, 대학생이신 줄 알았어요."라고 해주실 만큼 20대스럽게(?) 입고 간 적도 많았다. 젖병, 여벌옷, 기저귀, 분유, 간식 등 챙겨야 할 짐이 산더미고 아기도 안아야 하니 몸에 편한 옷이 장땡일 수밖에.
이렇게 입고 가다 보니 오히려 차려 입고 간 날엔 성도님들께서 예쁘다고 칭찬해주신다. 어떤 날은 옷장 한 켠에 걸려 있는 신경 쓴 착장을 입고 가고 싶은 마음도 든다. 여자들은 다 비슷하겠지만, 주일에 예배드리러 갈 때 이왕이면 예쁘게 차려입고 예배드리러 가고 싶다. 하나님께 정성을 다해 예배드리러 가는 마음을 걸치는 옷에도 담고 싶은 것이겠지.
그런 날은 아기 돌볼 때 불편할 걸 알면서도 치마를 입는다. 정장 스타일의 자켓도 걸쳐본다. 아기 엄마와 정장? 왠지 언밸런스 하지만 작정하고 입지 않으면 입을 수 없다. 아직은 부교역자의 아내라서 자유롭게 옷을 입을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 시기를 잘 누려야지 싶다. 언젠가 남편이 담임 목회를 하게 되는 날이 오면, 그땐 아무래도 더 신경써서 입어야 할 테니까.
지난 여름에 고등학생 시절부터 딸처럼 아껴주시고 기도해주셨던 목사님, 사모님을 뵙고 왔다. 그때 사모님께서 "사모들은 이런 옷들도 많이 필요해"라고 하시며 예쁜 정장 스타일의 새 옷을(무려 백화점 브랜드) 7벌 넘게 주셨다. 대부분 겨울 정장인데, 지금은 입을 일이 많이 없지만 나중에 잘 입을 수 있도록 예쁘게 잘 보관해둬야겠다.
그때 생각했다. 나 역시 다른 사모님께 예쁜 새 옷을 선물해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라고. 사모 마음은 아무래도 사모들이 제일 잘 아는 법이니 어디서나 예쁘게 입을 수 있는 그런 옷으로!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