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떨고 있다.

공포의 전화

by 홍달화

차갑다.

나의 톡 문자는 언제나 초단답형이라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성의가 없네.

-나를 싫어하나.

아니다. 해당 용건에 대한 피드백만 하거나 내가 필요한 용건만 쓰다 보니 그렇다.

앞뒤 살을 붙여 문자를 보내기도 하지만, 성격 탓인지 언제나 간결한 채 전송된다.


전화도 그렇다.

만나서 수다를 떨면 줄줄 보따리를 풀지만 안부 전화를 하거나 수다용 전화를 거는 편은 못된다.

예전 일이다. 함께 일하는 선배에게 전화를 했다. 받자마자 그의 대답은

-무슨 일 생겼구나.

-어떻게 아셨어요?

-넌 문제 생길 때만 전화하니깐.

이런! 내 이름이 마치 화재경보처럼 보였겠구나. 내가 좋아했던 선배인지라 속상함이 더 컸다. 반가운 사람이 되고 싶었거늘. 이 일은 십 수년이 지난 일이지만 아직까지 또렷하다. 내 이름이 '문제발생'으로 치환되는 것이 슬펐고, 그 슬픔의 우물을 내가 팠다고 생각하니 쓰렸다.


그런데 요즘 나에게도 '문제발생'으로 치환되는 이가 있다. 적색경보!

그 이름만 뜨면 화들짝 놀란다. 아니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혹시 그일까 봐 조마조마했다. 전화벨 울렁증이 생길 정도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 물론 힘들어서 하소연할 데가 없으니 들어주는 것이 나의 몫이란 걸 알지만 내 가족 일이다 보니 그냥은 되지 않았다. 위로를 하면서도 면목이 없어지고,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염치가 없어지는 숨구멍이 콱 막히는 상황. 연대책임의 무한 굴레.


가만히 생각해 본다.

내가 전화 거는 경우들을. 일 관계야 사실 어쩔 수 없는 경우라고 치고, 힘든 일이 생기거나 부탁할 일 있을 때만 전화를 하고 있지는 않은 가 하고. 내 이름이 발신자로 뜰 때 식겁하고 있는 사람이 있지는 않은 가 하고.

난 그에게 별도의 벨소리를 지정해 놓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러진 않을 생각이다. 벨소리가 울릴 때마다 조마조마 하긴 하지만, 지정 벨소리를 해놓는다보면 멀리서부터 심장이 더 더 쪼그라 붙을 것 같아서다.


-그냥 들어주기만 해요.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누군가는 이런 조언을 해줬다. 내가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 게 과했던 걸까.


요즘 나의 평화는 벨소리에 달려 있다.

벨소리에 둔감해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제발 울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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