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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아키 Jun 30. 2017

건축 사진 찍기

수직, 수평에 대한 강박

00 실제로 똑바로 서 있는 것은 사진에서도 똑바로 서 있어야 한다


음악에도 락, 힙합, 발라드, 재즈 등의 장르가 있듯이 사진도 여러 종류로 나뉜다. 뉴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보도 사진,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예술 사진, 옷을 보여주는 패션 사진 같은 것들이 보통은 우리가 익히 볼 수 있는 종류의 사진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내가 자주 보는 사진의 종류가 한 가지 더 있는데 그것은 건축물을 찍은 건축 사진이다.


모르는 사람은 사진가라면 모든 사진을 다 찍는 것 아니냐고 물을 테지만, 그렇지 않다. 특히 건축 사진은 보통 어느 정도의 공식이 있다. 그것은 건축가들이 건물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방식이기도 한데, 이러한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건축 사진작가들이 따로 있다. 특히 건축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건축 사진작가들은 오히려 건축 잡지에서 유명한 건축가들보다 더 많이 이름을 찾아낼 수 있다. 소화해 내는 건축물의 양이 다르기 때문.



회사에서 전문 건축사진작가가 아닌 분한테 건물 사진을 맡겼다가, 사진들을 보고 당황해 한 기억이 있다. 건물과 공간을 보여줘야 하는 사진 속에 식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거나, 벽에 걸린 장식품들이 메인으로 찍힌 사진들을 받아 들고선 이걸 어찌 써야 하나 회사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가장 중요한 건물의 입면은 우리가 익히 보던 그것이 아니었다. 왜곡 때문이었다.


건축가는 도면을 가지고 작업하기 때문인지, 수직과 수평에 관한 강한 강박이 있다. 나도 어느 정도의 직업병처럼 수직과 수평을 굳이 맞추고 싶어 하는 속성 때문에 사진이 때로는 굉장히 정적으로 찍히곤 한다. 수직, 수평이 맞지 않으면 불편하다. 현장에서 수직, 수평을 맞추지 못했으면 집으로 돌아와 후보정으로 맞춘다. 실제로 똑바로 서 있는 것은 사진에서도 똑바로 서 있어야 한다.




01 게스트하우스의 건축 사진


그러던 5월의 어느 날, 엄마의 부탁으로 왕십리로 끌려 나갔다. 게스트하우스의 외관을 찍어달라는 부탁이었는데, 핸드폰으로는 어느 정도 한계를 느꼈던 모양이다. 사람들이 알아보고 잘 찾아올 수 있게 거리와 함께 찍어달라는 말에 사진을 찍고, 손이 가는 대로 작업하다 보니 웬 건축 사진이 내 손끝에서 나왔다.



그리고 옥상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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