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결혼을 축하하며
재작년부터 주변 지인들의 결혼식이 심심찮게 있었다. 아는 사람이 결혼을 한다니, 그것부터 놀라웠다. 결혼이라니. 나와 함께 허름한 왕십리 술집에서 왁자지껄하게 장난치며 놀던 사람들의 결혼식이었다. 처음엔 친구들과 함께 우르르 몰려가 결혼식장을 구경하고, 예쁘게 꾸미고 앉아있는 신부대기실에 몰려가 사진을 함께 찍기도 하고, 머리를 바짝 올리고서 긴장한 신랑의 모습을 유심히 구경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1, 2년이 지나자 친구들의 결혼식도 시작되었다.
친구들의 결혼식은 조금 더 느낌이 이상하다. 결혼을 하기엔 우리는 아직 21, 22살 때처럼 우르르 몰려다니며 놀기를 너무 좋아한다. 가정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낯간지럽고 너무 무거운 단어처럼 느껴진다. 아직까지 남자 친구랑 잘 지내냐, 여자 친구랑은 안 싸웠냐 등의 일상을 묻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남편이라니, 아내라니 그런 단어들은 아직 입밖에 내는 것부터 어색하다. 그런데 아이까지 키우면서 잘 살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 신기할 따름.
결혼식은 축하받는 자리이고, 축하하는 자리라서 결혼식장에 모이는 많은 사람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신랑, 신부를 축복한다. 대개 사람들은 축의금을 두둑이 넣거나, 결혼식이 시작하기 전에 마련되어 있는 카드에 축복의 글귀들을 써넣거나, 직접 만나 축하의 말을 건넨다. 물론 나도 그렇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지인의 결혼식에는 항상 한쪽 어깨에 카메라를 매고 결혼식장으로 향한다는 점.
사진을 취미로 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라 감히 추측한다. 결혼식을 뷰파인더 뒤에서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결혼식이 끝나면 최대한 빨리 사진을 몇 장 골라 얼른 보정해서 보내주곤 한다. 신랑, 신부의 결혼식을 담은 공식 사진들은 그들이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한참이 지나야 그들의 손에 쥐어질 수 있을 테니까, 왠지 나는 그전에 얼른 사진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 괜히 서두르게 된다. 결혼식 진행 중에 환하게 웃는 신랑, 신부의 사진은 언제 봐도, 그 주인공이 누구라도 기분 좋다.
HJ의 결혼식은 요 근래에 있었던 다른 결혼식들보다 우리들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동아리 동기 중 처음으로 결혼하는 친구였기 때문에 청첩장 모임도 동아리에서 한 번, 우리들끼리 모여 한 번 더 했다. 그전에는 따로 옷을 맞춰 입고 스튜디오를 빌려 들러리 촬영도 함께 했다. HJ의 결혼을 축하하는 자리라고 하면 다들 열심히들 모였다. 결국 의리로 똘똘 뭉친 우리들은 함께 축가를 준비하기로 하였고, 결혼식 몇 주 전부터 계획이 되기 시작했다.
눈치가 빠른 HJ 몰래 남편분과 만나서 함께 축가를 준비했다. 결혼식 한 달 전부터 우리들은 HJ보다 HJ 남편분을 만나는 일이 더 잦았다. 매주 만난 것 같다. 우리의 계획은 1절을 우리들이 우르르 함께 부르고, 2절부터 마이크를 짠 넘겨주는 식이었다. 우리가 함께 축가를 준비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남편분이 함께한다는 사실은 비밀이었다. 비밀이고 싶었다.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는, 신혼여행을 다녀오면 물어봐야겠다.
우리들은 그래도 성공적인 축가였다고 자축하며 그날의 결혼식을 마무리했다. 이제 축가단으로 나가야 하지 않겠냐며 웃었다. 언제나 렌즈 뒤에서 축하의 마음을 보내곤 했는데, 이렇게 친구들과 함께 무대 정중앙에서 직접 바라보며 노래와 율동을 하니 부끄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실컷 축하하는 마음이 들어서 기쁘기도 했다. 왜냐면 우리는 정말로 HJ의 행복을 바라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