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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아키 Oct 06. 2017

아이들이 뛰어노는 정원

카페 진정성

아이들은 항상 뛴다. 아침이든 밤이든, 학교 복도이든 놀이터이든 그들에겐 시간과 장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 몇 미터를 움직여야 해도 아이들은 뛴다. 멈춰 있는 것은 오히려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달리는 것이 당연하고, 멈춰있는 것이 벌칙처럼 느껴지는 놀이를 주로 한다. 얼음땡 같은 놀이가 그렇다. 그런 아이들 뒤에서 부모님들은 뛰지 말라고, 다친다고, 뒤를 쫓으며 걱정하기 일쑤. 그렇게 달리는 아이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쟤네들은 힘들지도 않나?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도 그랬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도 참 열심히 뛰었다. 체육 시간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항상 가장 빠른 속도로 거실에서 부엌으로, 현관에서 안방으로 내달리곤 했는데 내가 온 힘을 다해서 뛰어다닌 덕분에 소파도 망가지고, 달리다가 넘어져서 무릎도 곧잘 깨졌다. 친구와 소꿉놀이는커녕 얼마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수 있는지, 또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는지 노을 질 녘까지 연습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니 나처럼 뛰어다녔던 애가 어른이 되었다고 어린아이들에게 뛰지 말라고 잔소리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일인지. 역시 나는 안된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같이 뛰어 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내 친구 노숀과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사람이 하루에 꼭 자야 하는 일정 시간이 정해져 있듯이 어린아이들은 하루에 몇 시간 이상 꼭 뛰어야 하는 습성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지 않고서야 왜 이렇게 항상 뛰어다니는 걸까. 만약 일정 시간 꼭 뛰어야 하는 본능 같은 것이 어린아이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것이라면, 아이들을 뛰지 못하게 제재를 가하는 것은 조금 너무한 일이 아닌가. 그렇다면 어른들의 의무는 아이들을 뛰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여기,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카페가 있다. 아이들은 실컷 푸른 잔디 위에서 뛰놀 수 있고,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훤히 지켜볼 수 있다. 이곳은 카페 진정성이다.




01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


해외여행의 시작은 역시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고 캐리어에 짐을 싸는 것이겠지만, 그것이 국내여행이 되면 조금 달라진다. 나 같은 뚜벅이는 먼저 목적지로 향할 수 있는 대중교통을 알아보는 것이 곧 여행의 출발이다. 지도 앱을 켜고 현재 위치와 가고 싶은 곳을 검색해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리는지, 돈은 얼마나 들 것인지 세심히 잘 따져보고 나서야 여행의 성사 여부를 결정짓는다. 아무리 가고 싶어도 그곳으로 날 태워줄 한 칸의 지하철, 버스, 택시 좌석이 없다면 결국 해외나 다름없다.


카페 진정성이 공사를 끝내고 본점을 오픈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지도 앱을 켜고 목적지에 카페 진정성 본점이라 적었다. 회사로부터 카페 진정성까지, 지도 앱은 나에게 무려 KTX를 타고 검암역까지 간 후에 택시를 타라 권했다. 오, 내가 했던 수많은 검색 중 택시를 타라고 권한 검색 결과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택시를 타고 카페 진정성까지 도착할 자신은 있었으나, 다시 택시를 불러 카페 진정성에서 빠져나올 자신은 없었다. 아무리 카카오 택시 앱으로 택시 부르기가 쉬워졌다 해도, 주변이 논과 밭인 시골이면 조금 곤란하다. 택시 부르기에 연거푸 실패해 결국 하루가 지날 동안 카페 진정성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어쩌지? 걱정이 등골을 타고 지나갔다.



결국 나의 선택은 카쉐어링이었다. 대중교통의 한계를 느끼고 올해 초부터 아빠에게 다시 운전 연수를 받았던 참. 용기를 내어 김포공항까지 가서 차를 빌리고, 내비를 찍었다. 아빠는 나에게 운전을 가르쳐 줬지만, 내비 읽는 법은 가르쳐주지 않아 한 다섯 번 정도 김포공항을 돌다가 겨우 제대로 길을 들었다. 김포공항에서 카페 진정성까지는 차로 30분 정도. 큰 도로를 지나,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내비가 말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내비는 말하는데, 정작 입구를 찾는 데에는 몇 초 간 시간이 걸렸다. 내가 이렇게 먼 길을 손수 운전까지 해왔는데, '어서 오십시오. 여기로 들어오세요!'라고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입구 대신에 웅크리고 꽁꽁 숨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은 노출 콘크리트 벽 뒤로 숨어 있다. 노출 콘크리트 벽은 열심히도 건물을 가려준다. 뭘 그리 감추고 싶었을까?



건물을 꽁꽁 에워싸고 있는 콘크리트 벽 사이로 조금씩 내보여준다. 벽 너머로 무언가 있음을 짐작케 한다. 유리로 막혀 있어서 바로 진입할 수가 없었다. 입구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다. 입구를 짐작케 하는 것은 콘크리트 벽에 붙은 화살표 두 개.



카페에 진입하는 길치고는 길다. 양옆 콘크리트 벽에 정성스레 결합한 거푸집의 흔적이 보인다. 콘크리트를 굳히기 위해 만드는 틀의 이름인데, 보통 쓰는 규격과 다르다. 아마 이 장소에 가장 어울리는 비율과 크기의 거푸집을 따로 썼을 것이다. 그래서 콘크리트 벽은 단정하고, 너무 거대하지 않다. 다만 보일 듯 말 듯 건물을 숨겨주고 있을 뿐. 입구로 들어서면 카페 진정성임을 드러내는 투명한 아크릴 사인이 보인다. 이름과 잘 어울리는 사인이다. 투명한 아크릴 위에 글씨를 쓰니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다. 아크릴 자체가 가진 투명함이 카페의 진정성을 대변해준다.



굳게 닫혀 있던 자동문이 퍽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리자, 카페 진정성의 공간이 훤히 들어온다. 들어오자마자 주문을 할 수 있는 커피 바에 금세 도달한다. 커피 바가 공간의 중심에 자리 잡은 특이한 구조다.



카페 진정성이라는 이름답게 작업 공간을 360도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커피를 내리고, 음료를 만드는 작업 공간을 1층의 중앙으로 배치했다. 카페의 작업 공간을 구석으로 몰아 최대한 좌석을 많이 마련하고, 더러워지기 쉬운 작업 공간은 숨기고 싶어 하는 일반 카페 인테리어와 대치되는 부분이다.



카페의 작업 공간이 중앙에 자리하다 보니 공간의 효율은 떨어질지 몰라도 얻게 된 두 면의 긴 벽이 그 쓰임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쪽은 카페 진정성에서 포장해 갈 수 있는 밀크티와 콜드 브루 커피 패키지를 보관하는 냉장고, 한쪽은 바깥의 풍경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넓고 큰 창. 그래서 굳이 사람들이 자주 지나다닐 수밖에 없는 1층 공간을 얼른 떠나 밖으로 나가고 싶어 진다. 더 다양하고 풍성한 공간들이 바깥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곧이 곧대로 보이니, 나가지 않을 수 없다.



음료를 받아 조심스레 쟁반을 받쳐 들고 바깥으로 나오면 선택해야 한다. 오늘은 어디에 앉아서 밀크티를 먹으며 시간을 보낼 것인지. 선택지는 크게 3가지.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오자 1층에서 주문을 하며, 음료를 기다리며 바라볼 수 있던 풍경이 그대로 펼쳐진다. 창문의 가림 없이 바람을 맘껏 즐길 수 있는 테라스가 마련되어 있다. 테라스는 건물을 등지고, 주변의 초록을 눈에 담도록 한다. 진입부에서 만났던 노출 콘크리트 벽을 넘어와 보니 보인다. 아, 이곳은 목조 건물이었다. 리모델링이다. 리모델링인 것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입구의 노출 콘크리트 벽이 가리고 있었던 것을 들어와서야 알겠다.



목조 건물의 흔적을 남기려는 의도였을까. 테라스의 벤치를 모두 굵은 원목으로 제작했다. 건물에서 뚝 떼어져 나온 것처럼 자연스럽다.



건물에 들어오는 진입부의 주차장으로부터 얕은 계단이 이어진다. 애초에 경사가 있는 땅이다. 콘크리트 벽으로 막아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였지만, 가장 높은 부분에서 진입해 낮은 부분으로 사람들의 시선과 동선을 흐르도록 하고 있다.



멀찍이 떨어져서 보니 1층과 테라스 아래에 또 다른 공간이 보인다. 1층의 아래, 지하가 있다. 1층에서 내려가는 계단은 발견할 수 없었으나, 아래에 뭔가 있다.




02 아이들이 뛰어노는 정원


만약 이곳이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특성을 염두에 두고 계획한 것이라면 그 주도면밀함에 혀를 내두를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이렇게 아이들이 뛸 수 있는 적절한 크기와 형태를 구현해 낸 것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곳엔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좋은 정원이고 마당이 있다. 다칠까 봐 걱정하지 않도록 바닥은 잔디이고, 실내에선 아이들이 어떻게 뛰어다니고 있는지 훤히 보이는 유리 벽을 가지고 있어 안심이다.



정원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가장 처음 카페로 들어오게 되었던 1층 부분에서 한 층 더 내려와야 한다. 내부에서 바로 지하로 내려오는 계단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방문객들이 이용할 수는 없고, 외부로 돌아 내려와야 한다.



지하로 이동하면서 만나게 되는 나무에 눈길이 간다. 기존에 그 자리에서 자라고 있었던 나무 한그루를 계속 그 자리에 살게 하기 위하여 바닥에 구멍을 뚫고 보호해 준 점이 인상 깊다. 그대로 살게 하는 것보다 베어버리는 편이 더 간단하고 쉬웠을 테다. 세심한 배려가 보이는 부분이다. 아마 이곳을 리모델링하는 태도 자체가 그러했을 것이다. 다정하고 친절하다.



계단을 내려와 아래로 내려오니, 뛰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소리를 꺅꺅 내지르는데 나까지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옛날 같으면 골목길과 마당을 뛰놀았을 테지만, 요새 아이들에게는 뛸 만한 공간이 딱히 주어지지 않아 이 정도면 아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뜰이다. 운동장보다는 작고, 아파트 뒤뜰보다는 큰 공간을 만나니 술래잡기를 하기에 딱 좋다. 좋은 크기다. 아이들에게 맞춘 듯 적당해서,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부모님들이 굉장히 많다. 사실은 카페 진정성 앞에 괄호 치고 '키즈'가 생략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되었다. (키즈) 카페 진정성.



내부 계단 없이 층이 나눠져 있어서 밖으로 돌아 내려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어린아이를 가진 부모님들은 기꺼이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나조차도 그랬다. 푸른 잔디가 보이니, 내려가야 했다. 직접 밟고, 보고, 걷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니까.



지하층은 바깥으로는 혹시라도 비가 오면 비를 피할 수 있는 회랑(지붕이 있는 복도)을 두고, 내부로 들어가면 또 다른 긴 복도가 있다. 복도를 제외하곤 벽을 사이에 두고 공간이 분절된다. 공간이 나뉘니 테이블과 의자는 그 공간의 크기에 따라 맞춰졌다. 복도에는 문이 없이 뚫려으나, 뒤에 복도를 굳이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으니 하나의 방처럼 느껴진다. 큰 창을 통해 정원을 바라볼 수 있는 방. 뛰어노는 아이들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방이다. 바깥을 바라보면, 초록 잔디가 눈을 시원하게 하니 일석이조.



공간에 딱 맞춰진 가구는 이 장소를 디자인한 사람들의 정성을 느끼게 한다. 장소에 딱 맞는 가구를 찾았을 리 없다. 제작이다. 공간 안에서 가장 단순하지만, 꼭 맞는 사이즈로 제작해서 여러 명이 앉아도 불편함이 없도록 디자인했다. 엄마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면, 밖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은 때때로 회랑으로 달려와 엄마가 잘 있는지 확인하곤 다시 놀러 나간다. 확 트인 시야가 시선을 전달한다.



정원의 가장자리, 공간의 구석구석까지 좌석을 마련했다. 어디라도 앉아서 산책하듯 정원을 거닐 수 있고, 원한다면 멈춰서 잠깐 앉을 수도 있다. 그래서 벤치와 테이블은 정원의 끝자락까지 이어진다.




03 바닥으로 가라앉는 고요


일본에서 혼자 살고 있는 동생 민아는 때때로 나에게 외롭다고, 가족들과 함께 있고 싶다고 통화를 곧잘 한다. 내가 혹시라도 끊자고 할까 봐 민아는 소리의 틈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부단히도 새로운 에피소드를 생각해 내려 애쓴다. 말하는 중간에도 다음에 어떤 얘기를 꺼내야 할지 생각하는 눈치다. 아마 민아는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서, 침묵이 싫어서 그럴 것이다.


반면에 나는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어 외로움 같은 것은 거의 느끼지 않는다. 회사에서 하루 종일 사람들과 지내다가 퇴근하는 시간 20-30분 정도를 제외하면 다시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지내기 때문에 내 주변은 항상 소란하다. 이야기들이 오가고, 귀에는 언제나 소리가 맴돈다. 그래서 때로는 물속 깊이 가라앉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물속은 고요하니까.



카페 진정성에서 사람들이 줄곧 지나다니는 1층이 영 아니라면, 아이들이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는 마당을 원치 않는다면, 다른 선택지가 이곳이다. 1층에서 나와 또 하나의 짧은 회랑을 따라 걸으면 금방 또 다른 숨겨진 공간이 나타난다.



회랑을 걸으며 콘크리트 벽이 보여주는 풍경들을 잠깐잠깐 만난다. 벽과 벽을 끊어 틈을 주고,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준다. 아니, 그보다도 어쩌면 조금 더 빛이 들어와 주길 바랬을 수도 있다.



1층과 연결되어 회랑이 끝나는 곳에 또 다른 자동문이 기다린다. 또다시 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리는 자동문 뒤로, 이번에는 계단이 나타난다. 여유 공간 없이, 바로 올라가야 하는 계단이다.



보통은 1층과 2층을 연결하여 사용하니, 이렇게 문 뒤에 바로 계단이 오는 경우가 드물다. 원래부터 존재했던 계단인지, 리모델링 과정에서 새롭게 만든 계단인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1층과 지하를 연결하는 계단이 없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내부에 계단을 놓지 않고, 층으로 공간을 나눴다. 분절시키고, 단절시켰다. 사용하기는 조금 불편할 수 있어도, 덕분에 공간의 특성이 더 강해졌다.



곱게 만들어진 나무 계단을 올라오면, 나무 판재가 그대로 바닥재가 된다. 계단의 모양이 특이해 보이는 것은 계단 마감재료를 붙인 방향이 일반 계단과 다르기 때문이다. 위 계단처럼 마감재를 붙이기 시작하면 손이 많이 간다. 사람이 오르내리는 방향과 수직 되게 길게, 길게 쭉쭉 붙이는 것보다 더 많은 나무판을 잘라야 하고, 붙일 때도 더 정확한 치수를 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의주도하게 계단부터 방향성을 갖도록 패턴을 만든 이유는 계단을 올라와서 정면을 바라봐주길 원했기 까닭이다.



계단으로 올라와 일단 큰 창 뒤의 숲을 만나고 나면 두 줄기로 갈라진 공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보통의 테이블처럼 앉는 곳과 낮게 눕듯이 앉을 수 있는 평상. 무엇이 되었든, 나무의 색과 향으로 꽉 찬 공간이다.


이곳에서 나의 시선이 멈춘 것은 바닥의 재료를 그대로 끌어올린 평상인데, 그 의도가 재밌다. 컵을 놓아두는 것 이외의 평상 활용 방법을 역으로 제안한다. 테이블이 아니라, 바닥의 일부이길 원했던 것. 사람들이 다리를 올리고 쉬었으면 좋겠다고, 2층을 들어오는 문 앞에 적혀있다. 보통의 낮은 테이블을 가져다 놓았다면, 감히 다리를 올리고 쉬라고 제안할 수 없었을 테다.



소리가 없는 이곳에서 사람들은 자유롭다. 배경음이 없는 대신 더 많은 나의 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 그것이 내면의 소리이든, 외면의 소리이든. 때로는 부재가 더 많은 것을 채워 넣어 주기도 하니까.




카페 진정성이 공간을 매만진 방식은 조금 특이하다. 간결하지만, 단호하다. 숨기고 싶은 것은 콘크리트 벽을 세워 단호히 감추고, 보여주고 싶은 것은 강렬하게 보여준다. 무겁고 두꺼운 재료 사이로 풍경을 슬쩍 보여준다. 1층에서도, 정원을 바라볼 수 있는 지하에서도, 조용한 2층의 공간에서도 언제나 바라보는 방향이 같다. 보여주고 싶은 것이 일정했다는 뜻이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어디를 가도 한 곳을 바라보겠지만, 단조롭지 않도록 여러 갈래의 공간으로 나누었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카페는 어떤 곳인가. 음료를 받아 들고, 선택지는 많지 않다. 기껏해야 소파 자리가 비었는지 기웃거리면서, 동그란 테이블에 앉을 것인지 네모난 테이블에 앉을 것인지 정도 고를 수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혼자서 긴 테이블에 앉아 높은 스툴에 엉덩이를 걸칠 것인지, 문 앞에 앉을 것인지 화장실 앞에 자리를 잡을 것인지를 택할 수 있다. 하지만 높은 벽을 지나 들어온 카페 진정성에서는 여러 선택지가 마련되어 있다. 내가 어떤 공간에서 머물기를 원하는지 조금 더 넓은 경계를 두고 골라낸다. 잠깐 바깥을 바라보며 커피 잔을 기울일 것인지, 아니면 아예 바깥으로 나가서 바람을 쐬며 음료를 마실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정원에 아이들을 풀어놓고 함께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것인지, 아니라면 혼자 조용히 가라앉아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을 찾을 것인지. 변하지 않는 것은 언제나 이곳은 당신에게 푸른 나무와 하늘을 보여주고 싶다는 사실. 그 이후엔 당신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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