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선아키 Oct 13. 2017

시장 골목 안 공간의 내피

오랑오랑

00 남산이 가까이 보이는 동네


내 동생 민아는 어렸을 때부터 특이했다.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성격이라 나보다 더 주워듣는 것이 많고 유행에 민감했다. 감정적이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았다. 내킬 때면 혼자 에버랜드에 가서 하루 종일 놀이기구를 타고 온다거나, 어린애가 클래식을 한참 들으면서 개인이 펴내는 독특한 취향의 소설들도 사 모았다. 출판사도 거치지 않고, 도서 번호도 없는 개인 제작 도서들이었다. 오히려 내가 듣는 god 노래나 베스트셀러 책들을 힐끗 보고선 콧웃음 쳤다. 취향이 별로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아마도 민아가 초등학교 때였을 것이다. 가족 여행을 유럽으로 열흘 정도 다녀오게 되었는데, 여행지에서 일기를 공책에 끄적거리던 나와는 달리 민아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포토북을 만들어 가족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직접 사진을 찍고 글을 썼던 그 민아의 포토북을 읽으면서 가족들은 한참이나 즐거워했다. 어느 정도 포토북 제작 업체의 힘을 빌렸지만 개인 스스로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배포했던 민아의 작은 포토북이 내가 만난 첫 독립 서적이었다.



유명하지도 않고, 누군지도 모를 한 개인의 이야기가 내밀하게 담긴 독립 서적에 대한 관심은 몇 년 전부터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대형 서점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희소성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누군가의 이야기가 더욱더 짙은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리라. 독립 서적들을 판매하는 독립서점은 홍대에 하나둘씩 생기더니 홍대를 넘어 남산 아래 동네에까지 흘러들었다. 스토리지북앤필름, 별책부록, 고요서사와 같은 서점을 가기 위해 사람들은 교통도 불편한 이곳까지 애써 찾아온다. 어디서나 남산이 아주 가까이에서 보이는 곳, 해방촌이다.



해방촌을 찾는 외부 사람들이 많아지며, 몇십 년간 이어져오던 동네의 모습이 바뀌어 갔다. 골목길과 시장 곳곳에 새로운 가게들이 생겨났다. 카페, 레스토랑, 비스트로와 같은 곳이 우후죽순 나타났다. 덕성 모텔 앞에 테라스가 있는 카페가, 유진 마트 옆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오픈했다. 대명 설비 옆에는 빨래를 하면서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장소도 생겼다. 옛 동네 틈에 고개를 들이밀고, 새로운 사람들을 상대했다. 언덕진 골목길에는 많은 가게들과 사람들과 시간들이 어지럽게 얽히고 섞이기 시작했다.





01 다시 생겨나는 시장


어렸을 때 내가 엄마와 아빠와 주말에 장을 보러 가는 곳은 이마트였지, 시장은 아니었다. 골목길을 누비며 접이식 핸드카트를 끌고 다니지 않은 대신에 100원을 넣고 빌린 이마트 카트에 몸을 싣고 킥보드 타듯이 올라타 돌아다녔다. 아주 가끔 엄마는 복잡한 시장 골목을 내 손을 꼭 잡고 돌아다니며 보여주었지만, 실질적으로 그곳에서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거나 하진 않았다. 그러니 나는 지금도 무언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시장을 찾지 않고 가까운 이마트에 들러 장을 본다. 말하자면 나는 골목길과 시장의 세대가 아닌 것이다.


여행이 여행다울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일상의 대척점에 있기 때문이다. 겪어보지 않은 낯섦이 지루하지 않도록, 질리지 않도록 우리의 감각을 예민하게 한다. 그러니 내 또래의 사람들에게 시장이란 그런 곳일 것이다. 어른들 이런 오래된 건물과 골목이 뭐가 좋냐고 이해하지 못해도, 우리에겐 낡은 시장이 잠깐 여행을 온 것처럼 낯설고 생소한 장소가 아닐 수 없다. 경험한 적이 없는 까닭이다.




서울에 남아 있는 많은 시장 중에서도 해방촌 안의 신흥시장은 그 규모나 형태가 남다르다. 다른 골목과 연결되어 있지 않으니 정해진 입구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다. 골목과 연결되지 않게 된 것은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기 때문인데, 이를 맞벽 건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사용되지 않는 건축 형태이고, 유럽에 가면 자주 만날 수 있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건물이 맞닿아 지어지니, 건물과 건물 사이에 골목이나 틈이 생기지 않는다.



샛길을 제외하면 정식으로 시장 이름이 크게 쓰인 입구는 두 곳. 겉으로 보아서는 이 안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맞벽 건축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시장을 감싸고 도니, 요새처럼 벽이 세워져 있는 것과 같다.



시장 골목 안에 들어서면 낯선 간판들이 나를 반긴다. 아니, 간판 자체가 아니라 그러한 이름을 가진 가게가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초등학교가 지날 무렵 이미 내가 사는 동네에서 빨간 불빛의 정육점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상회라는 이름으로 영업하는 가게는 아예 태어나서 이용해 본 적이 없으니까. 더군다나 세탁소가 아니라 수선만 전문으로 하는 수선집은 최근에 본 영화 <아이캔스피크>에서 본 것이 전부였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영업을 해왔을 신흥 시장 사람들의 주위로 다른 생소한 가게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디자이너의 옷 가게, 전시가 이루어지는 갤러리, 노가리에 맥주 한 잔 할 수 있는 펍과 비스트로, 루프탑을 가진 카페까지 정육점과 상회와 수선집들 사이에 자리 잡고 조명을 켰다. 누군가는 재생이라고 부를 것이고, 누군가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부르는 징조처럼 여길 것이다.




여러 가게들이 종류와 연식에 상관없이 뒤엉켜 섞여 있으니 그 규칙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게다가 건물과 건물 사이를 골강판과 같은 얇은 철판으로 지붕을 만들어 덮어 놓았으니 낮인데도 조명을 켜놓아야 할 정도로 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비가 오면 비는 막아주겠지만, 언제나 길가 위를 가로지르는 지붕은 햇빛마저 차단하니 문제다. 그러니 길은 더 찾기가 어려워진다. 필요에 따라 증축에 증축을 더하고, 외벽과 지붕에 마감을 또 더하고, 건물에 필요한 설비들은 오래된 건물 밖으로 나와 매달려 있으니 이곳은 혼돈의 카오스다.



건물 밖으로 마구 엉켜있는 전선처럼 공간도 정리되지 않은 퍼즐처럼 자글자글하게 구겨져 있다. 공간을 관리하는 주체가 없이 시간이 지나면 어떤 공간이든 이런 식으로 낙후되기 마련이다. 혀를 찰 일이 아니라 어디든 다 그럴 수밖에 없으니 다시 이곳을 사용할 방도를 찾아내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다행히 용산구에서 도시재생사업을 벌이고 있으니, 점점 나아질 테다.




누군가는 물건을 팔고, 누군가는 또 그것을 구매하는 시장의 성격이 유지되고 있으니 다행히도 신흥시장은 여전히 시장이다. 대신 다른 물건들을 판다. 조명 아래에는 생선과 야채와 과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든 옷과 그림과 커피와 맥주가 있다.




02 시장 골목 안 공간의 내피


신흥시장의 중심, 시장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얇고 네모난 창살을 가진 가게가 하나 나온다. 창의 유리를 통해 노란 불빛이 새어 나온다. 그 안으로 오랑우탄 로고가 보인다면 바로 그곳이다. 카페 오랑오랑이다.



유리 너머로 언뜻 들여다본 풍경은 마치 x-ray를 찍은 것과 같은 모습. 잠깐 보아도 건물을 지탱하고 있는 콘크리트 구조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그뿐만이 아니라 원래 창문이 뚫려 있었던 공간인 듯 후에 콘크리트 벽돌을 쌓아 벽을 막은 부분이 눈에 띈다. 흔적들이다.



성수동에도 공장을 개조하면서 내부의 마감재를 거침없이 뜯어내어 그 안에 숨어 있던 콘크리트 구조를 노출시킨 사례들이 많다. 같이 건축하는 친구인 빔과 양양이와 함께 우리는 그러한 인테리어적 흐름은 '노출증'이라고 이름 지었다. 이곳은 낙후된 시장 골목 안에 이러한 노출증에 걸린 공간이 있으니 노출증의 끝판왕이다.


5년, 10년 정도가 아니라 몇십 년된 공간을 지금 바꿔 쓰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노출은 가장 쉽게 인테리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왜냐면 또다시, 그것이 우리에게 낯설기 때문이다. 우리가 본 적 없는 풍경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오랑오랑은 많은 것을 노출시켰고, 그것을 모두 따뜻한 색의 빛을 이용해 하나로 감쌌다.



노출을 이용한 인테리어에서는 마감재에 들이는 고민 대신 다른 독특한 요소들이 필요하다. 여러 아이디어가 있어야 공사장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랑오랑의 1층에서는 따뜻한 빛의 조명을 얻기 위해서 형광등에 노란 반투명 종이를 감싸고, 어디에선가 쓰이던 철제 계단을 눕혀 적당한 높이를 가진 카페 바를 만들었다. 계단을 이런 식으로 눕혀 사용한 사례는 처음 본다. 아이디어였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단면을 잠시 관찰하고 지나가자. 보통 계단 모양이 아니다. 발을 디디는 곳은 평평하지만, 계단 챌판이라고 부르는 옆면은 수직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살짝 안쪽으로 꺾여있다. 가파르다는 의미다. 옛날 건물일수록 말도 안 되게 심한 경사를 가진 계단을 만나게 되는데, 오랑오랑의 계단은 1층부터 심상치 않다.



계단을 올라 2층으로 올라오면 조금 더 넓은 공간이 나온다. 학교에서 많이 쓰였던 의자들이 카페를 찾는 손님들의 좌석이 되고, 좌석들은 벽을 따라 이어진다. 규칙적으로 의자와 테이블을 배치했어도 되었을 텐데, 가운데에 여러 명이 잠깐 머물 수 있는 벤치를 붙여 놓았다.



해방촌답게 공간 곳곳에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2층의 중심에 위치한 벤치들은 때로 책장이 되기도 하고, 의자가 되기도 한다. 공간 중앙에 자리 잡은 이 가구들의 뭉치가 자칫 산만했을 수 있었던 2층 좌석들의 중심을 잡아준다.



노출증의 끝판왕이라고 했으니, 어디까지 뜯어내었나 관찰해보자. 창문이 있다가 막힌 흔적, 가구와 같은 것을 매달아 두었던 자국인지 구조까지 뚫었어야 했던 못 자국, 예전 조명이 달려 있던 천장의 구멍, 계단 아래를 화장실로 썼음을 짐작할 수 있는 타일, 심지어는 전에 공간을 가로질러 지나가고 있었던 내벽의 선까지 천장에 흉터처럼 남아 있다. 생채기이지만, 역사이기도 할 것이다.



2층 위로 한 번 더 올라갈 수 있다. 올라가기 전에 다시 계단의 단면을 한 번 흘겨보고 결정해야 한다. 이 가파른 계단을 오를 것인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것이 더 무섭다는 점.



용기 내어 2층의 계단의 난간을 잡고 조심스레 올라왔다면, 루프탑에 도달한다. 요새는 많은 음식점과 카페 등에서 루프탑이라고 부르며 유행을 선도하고 있지만, 사실 루프탑은 그저 옥상을 이르는 다른 말이다. 옥상에 오르자 건너편으로 누군가의 주택으로 쓰인 것처럼 보이는 옥상과 낡은 건물들이 보이고 그 뒤로 또다시 남산과 서울타워를 만난다. 해방촌의 건물들이 켜켜이 보인다. 아마 시간을 거슬러 온 것 같은 느낌에 다들 사진을 찍는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기 시작하던 때부터 우리는 옥상을 동경해왔나 보다. 옥탑방에 대한 로망도 생기고, 루프탑이라고 하면 꼭 가봐야 할 장소로 손꼽히니까. 오랑오랑의 계단을 거쳐 탁 트인 옥상으로 올라오기까지 어쩔 수 없이 지나와야 했던 구불구불한 골목길과 어두운 시장 골목과 가파른 계단을 지나 비로소 옥상을 만나니 그 효과는 더 극대화된다. 그저 어디에나 있는 옥상이 아니라 시원한 하늘과 바람을 만끽할 수 있는 낭만적인 공간으로 변모한다.



옥탑방의 화장실로 쓰였을 법한 구석진 공간과 옛 굴뚝이 우두커니 서 있는 이 휑한 공간에서 사람들은 낡은 몇 가지 가구만으로도 이미 훌륭히 옥상을 즐긴다.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의자와 탁자, 그리고 시원한 남산 뷰. 그것만 있으면 담소를 나누긴 충분하다.




03 공간의 취향


학생 때부터 나는 그렇게 칸막이가 싫었다. 책상 양 옆을 막은 칸막이는 마치 경주마 눈 옆에 달린 검은 안대 같은 인상을 주었다. 앞만 보고 공부하라는 의미처럼 느껴져서 날 왠지 모를 반항심에 가득 차게 했다. 게다가 너무 좁아서 여러 교과서와 문제집들을 펼쳐놓고 볼 수 없으니, 단점만 있고 장점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평생을 통틀어 독서실은 친구 따라 딱 한 달 다녀봤다. 학교 교실의 책상이 아니라면 집으로 돌아와야만 교과서를 펴고 공부할 수 있었다.


그 이후 대학에 가서도 도서관 칸막이 열람실을 찾아 들어가는 일은 없었다. 내가 앉는 곳은 언제나 책장을 바로 옆에 둔, 창문 옆 6인용 도서관 열람실 책상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학교에서 칸막이를 사랑하는 친구 한 명을 만났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부류였다. 칸막이가 없으면 화방에서 스티로폼 보드라도 사들고 와서 양 옆에 벽을 쳤다. 그래야 집중이 잘 된다고 했다. 나와 다르니 의아했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원래 모두 다 다르니까, 그런 점까지 다르구나 느꼈다. 그것은 공간의 취향이었다.



좋아하는 영화의 취향이 다른 것처럼 공간의 취향도 사람마다 다르다. 나와 함께 의도치 않게 많은 건축물들을 보러 다니는 남자 친구인 풍과 나도 그렇다. 풍은 본래 호불호가 크게 없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이 싫다고 했다. 오랑오랑도, 신흥시장도, 해방촌이라는 이름을 가진 동네 자체도 이렇게 놔두지 말고 다시 새로 지어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자꾸 얼른 가자고 내 옷깃을 잡아끌었다. 왜 이리 심한 거부감이 들었는지 그 이후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그는 이유를 대강 찾아내어 나에게 말해주었다. 답답하고, 어둡고, 낡은 것이 본인의 취향이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오랑오랑은 왜 나의 머릿속에 남았나. 어떠한 취향 탓에 나는 그래도 서울에서 한 번쯤 사람들이 방문해보았음 하는 공간으로 이곳을 꼽았는가. 내가 혹 했던 것은 가능성이었다. 변화의 가능성. 도시재생의 가능성이라고도 부를 수 있겠다.



물론 이 동네는 오래되었다. 오래되었으니, 그만큼의 시간을 거친 흔적이 남아 있다. 그나마 해방촌의 동네길은 도로라도 정비하니 사정은 조금 더 나은 편이다. 신흥시장과 같이 도로를 마주하지 않는 공간은 각종 이유들로 고쳐지기가 쉽지 않다. 모두 각자 다른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나라에서 공짜로 바꿔주지 않는 이상 모두의 마음을 모으기가 어렵다. 그래서 바닥은 옛날 그대로 거친 콘크리트 마감이고, 골목 위를 덮은 지붕 때문에 햇빛은 들어오지 않아 어둡고, 화장실도 마땅찮고 계단은 위험하도록 가파르다.


그래도 외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새로운 장소들이 정체되어 있던 옛 골목 사이로 들어오니 시장과 동네는 모두 달라지고 있다. 머물러 있지 않고, 다른 모습으로 조금씩 움직인다. 외부인들만 찾고, 오히려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불편하다는 주장도 있을 테지만, 오랑오랑에 커피를 마시러 찾아온 사람들을 보고 그런 우려를 접었다. 미용실에서 파마를 하고 머리에 두루마기를 말고 온 아주머니들이었다. 해방촌 사람들도 찾아오는구나.



새로운 가게들이 들어서고 있다는 것은 그저 시작일 뿐이다. 신흥시장에는 더 좋게 변할 건축적 요소가 산재되어 있다. 잠깐 상상해보자면 이렇다. 시장 안 골목들이 깨끗하게 정리되고, 어둡게 빛을 막고 있던 지붕을 다른 재료로 바꾸고, 통일성 있는 간판과 조명으로 교체하고, 곳곳에 위치한 평상들을 이용해 사람들이 잠시 앉아 머물 수 있는 중정을 계획한다면? 만약 나 같으면 다시금 또 올 것이다. 다양한 무언가를 파는 가게들 중앙 평상에 앉아 무언가를 먹거나 마시고 싶어서. 그렇다면 다시 그때엔 오랑오랑은 옛 시장의 기억을 잘 간직한 카페로 손꼽힐지도 모를 일이다.




다시 돌아와서, 동생 민아는 어렸을 때처럼 아직도 자신의 취향이 확고하다. 맛이 쓰다는 이유로 대국민 기호식품인 커피는 입에도 대지 않고, 좋아하는 음식점을 소개해 준다고 하여 따라가면 온통 아저씨들이다. 유행하는 연애 드라마도, 소설도, 영화도 보지 않는다. 등장인물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선을 굳이 고민하기 싫다는 이유다. 확실히 보통의 20대 여성 취향은 아닌데, 민아는 거리낌이 없다. 좋아하는 것을 좋다고 말하고,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다.


오랑오랑도 마찬가지. 오랑오랑은 불편하고, 위험하다. 가파른 계단 탓에 "무서워."라는 말이 주변에서 곧잘 들려온다. 카페에서 듣기엔 낯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우리가 이제껏 겪지 못한 낯섦, 시간이 혼재되어 있는 공간에 대한 이끌림, 그리고 변화로 인해 슬쩍 보이는 공간의 가능성이 누군가의 취향이기 때문은 아닐는지.


이전 12화 아이들이 뛰어노는 정원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사진으로 건축 읽기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