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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아키 Apr 23. 2019

나는 그제야 나의 봄이 드디어 온 것을 알았다


서울의 봄은 지지부진한 데다 변덕스럽기까지 해서, 쉬이 믿을 만한 것이 되지 못한다. 언제나 실눈을 뜨고 이 녀석이 진짜 왔는지, 온 척하는 것인지 매년 의심하기 일쑤. 3월이면 이제 진짜 봄이겠지 하다가도 3월 말에도 내리는 눈과 우박을 보면 또 속았구나 싶다. 사람들은 벚꽃 구경을 나서는데, 비가 오는 날에는 꽤 또 으슬으슬하다. 도대체 봄은 언제 와? 


그러다 봄인지 아닌지 헷갈리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공연을 보러 갔다. <Mountain>이라는 제목을 단 전시 혹은 팝업스토어 오프닝 행사였다. 





<Island>라는 이름의 앨범 안에는 여덟 개의 곡이 실려있는데, 순서에 따라 숫자가 매겨져 있을 뿐 모두 아일랜드라는 같은 이름을 가졌다. 그러나 공개하지 않고 그들끼리 부르는 제목은 따로 있는데, 그들은 그중 두 가지의 봄을 들려줬다. 두 봄의 탄생 비화와 함께. 


겨울이 지나 봄이 오고 있던 어느 날. 꽃이 피기 시작하고, 볼을 스치는 바람이 간질간질하게 느껴지던 어떤 날. 볕이 따사로워 창을 열어두었던 피아노 학원을 지나던 그때. 그 창 안쪽에서 들려오던 소리를 듣고 그것이 봄이라, 메모해 두었다고 했다. 





아일랜드라는 제목으로만 타인들에게 소개되는 두 곡 첫 번째 봄과 두 번째 봄은 그때 그 창 너머의 피아노 학원에서 나왔다. 작곡가는 피아노 학원에서 피아노를 연습 중이던 이름 모를 어떤 초등학생일 테고, 본인은 그저 편곡자일 뿐이라며 말을 아꼈던 그의 트럼펫 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그제야 나의 봄이 드디어 온 것을 알았다. 아,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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