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불완전한 사전>, 네임리스
<완전히 불완전한 사전>이라는 제목과 함께 읽히는 표지 디자인에 나는 그만 넘어가버렸다. 그 어디도 모나지 않은 완전한 도형인 원이 삐끗 어긋나 있는 모습은 제목을 완전히 대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펼쳐보지도 않은 채 표지만 보고 주문했다. 사실 네임리스의 이전 책을 읽었기에 그들의 글을 좋아했던 탓도 조금은 있다.
아주 오랜만에 건축 안에 존재하는 개념들에 대해 고찰하게 됐다. 언제부터 우리는 개념에 대해 잊고 살았을까. 단순함은 무엇을 가능하게 하고 나무는 우리에게 무엇이고 경계는 어디인지. 생각과 역사와 시간은 건축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경험과 상상과 우연이 미치는 영향은 또 무엇인지.
각종 상세와 구현 여부와 단가 사이에서만 이뤄졌던 고민들이 떠올랐다. 현장에서 현장 소장님과 목수 반장님과 전기 사장님과 나누는 날것의 대화들도 함께 떠올랐다. 건축의 개념과 견적과 실재하는 현장 사이 무엇 하나 중하지 않은 것은 없지만, 무게중심을 잃고 고민이 한쪽으로만 흐르는 순간 좋은 공간은 나올 수 없을 테다. 특히 견적에 매몰되는 순간 끝장이다.
건축이 언제나 좋은 마음과 의도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마음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는 기반에는 건축을 이루는 개념이 기초처럼 자리한다. 그러나 건축하는 사람들이 쓰는 어려운 글들을 질색해서 일부러 개념에 대한 글을 기피해왔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이 책의 끝에선 네임리스의 건축적 정의가 가득 담긴 이 사전을 통해 조금 더 용기를 내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