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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아키 Jan 19. 2020

다시, 이틀의 부산

이 도시에는 서울에서 거의 사라진 무언가가 있다


부산에 간다는 사실은 내게 여행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부산은 내가 많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고 자란 곳. 특히 그들과 함께 부산을 방문할 때면 나는 친구네 집에 놀러 온 것과 같은 기분으로 항상 신이 나고 즐겁다. 내가 부산을 잘 몰라 이상한 소릴 할 때마다 그게 아니라며 구박을 받을 때도 재밌으니까 부산은 나에게 언제나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이틀 동안 부산의 여러 동네를 돌아봤다. 회사 사람들은 곧잘 서울은 너무 복잡하고 집값은 비싸다며 고향으로 내려가 살고 싶다 종종 말을 하곤 했고, 나는 다른 도시에 산다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몰라 공감하기 어려웠는데 이번 부산에서는 약간 그들의 마음을 알 것도 같았다. 바다를 앞에 두고 산이 많은 이 도시에는 서울에서 거의 사라진 무언가가 있다. 골목과 동네와 가능성과 희망과도 같은 것.



날이 좋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번 주말 이틀 동안의 부산은 계속 흐렸다. 평소보다 더 추워진 것인지, 사람들은 나를 지나쳐가며 춥다며 롱 패딩을 움켜쥐었다. 그래도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는 고민하지 않고 아이스 라테를 시킬 수 있었고, 어깨를 움츠리고 손을 주머니에 넣지 않고도 오래도록 걸을 수 있었다.



다시금 날이 좋은 날 또 올 것이다. 낯선 동네를 눈에 익히려고 또 열심히도 걷겠지. 시답잖은 농담과 가정과 상황극을 하면서 또 내가 좋아하는 이 사람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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