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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집으로 만드는 것

<집>

by 선아키

내 동생 민아는 2013년부터 일본에서 산다. 타지에서 혼자 산지 8년 차가 됐다. 일본은 가까우니까 필요할 때면 훌쩍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던 민아는 올해 들어 꼼짝없이 일본에 있는 민아의 방 안에서 1년을 보내게 됐다. 코로나 때문이었다.


전화통화를 할 때마다 매번 민아는 집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말했다. 혼자 떨어져 있으니 걱정이 많아졌고, 불안은 자주 찾아왔다. 괜찮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가족 전부가 말했지만 효력은 며칠 가지 못했다. 우리 가족 모두는 해결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민아가 집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됐다. 민아는 집에만 들어오면 걱정 근심 없이 깔깔 웃으며 수다를 떠는 막내가 된다.



한편, 나는 집을 떠나 산 적이 거의 없었지만 대부분 집에 붙어 있지도 않는다. 나는 어디로든 매일 외출하고, 국내든 국외든 며칠씩 훌쩍 여행을 떠나는 것을 좋아한다.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결국 에너지가 방전될 때 그제야 집으로 돌아와 하루 온종일 휴식을 취한다.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집에만 있기엔 항상 해야 하거나 하고 싶은 일들이 밖에 있다.


민아와 내가 가지는 집의 의미가 다르지 않을까 싶어, 오늘의 보통 글은 짤막한 인터뷰로 준비했다. 우리의 대답이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고 굳이 의미를 찾기엔 시답잖은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한 번 해보기로 했다.




집이란?


선아 얼마나 오래 머물고 있는지 굳이 세지 않게 되는 공간. 다른 어떤 곳에 가더라도 몇 시간 단위로 내가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는데, 집은 그렇지 않다. 머무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돌아오게 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민아 행복한 곳. 가족들이 있어 외롭지 않아 따뜻하다.



집을 집으로 만드는 것은?


선아 집을 집으로 만드는 것은 집 곳곳에 진득하게 묻어 있는 기억들이다. 이게 몇 번째 TV인지, 이 탁자가 언제부터 이 자리에 있었는지, 내가 어쩌다 소파를 부쉈었고, 벽지에 그을음은 왜 생긴 건지, 또 언제 조명을 바꿨고 그 전엔 어땠는지 등을 낱낱이 알고 있다.


민아 집은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지만(1인 가구, 셰어하우스, 아파트와 원룸 등), 그 집에 사는 사람이 그 집에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사는 사람이 그곳을 집이라고 여길 수 있다면, 그곳이 곧 집이 된다.



집이 아닌 곳을 집으로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선아 의외로 샤워 가운이 생각났다. 집에서는 씻고 나와서 샤워 가운을 걸치곤 하는데, 그게 나에게는 조금 편안한 집의 이미지로 기억이 된 모양이다. 그게 아니라면 요즘 같은 겨울에는 전기장판.


민아 침대. 침대가 있으면 집이다. 튼튼한 프레임이 있고, 폭신폭신한 매트리스가 깔려 있으면 잘 수 있다. 책상은 없어도 된다. 카페에 가면 되니까. 식탁도 없어도 된다. 편의점에 가서 먹으면 되니까. 침대는 아니다. 없으면 꽝이다. 하루도 못 있는다.




여담이지만 우여곡절 끝에 귀국하여 자가격리 2주 동안 꼼짝없이 집에 콕 박혀 있어야 하는 해외 입국자 민아는 현재 아주 행복한 상태로, 먹고 싶었던 한식을 매 끼니 먹어가며 하하호호 웃으며 지내고 있다. 아직 밖에 나가지 못하는 괴로움은 1도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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