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꿈을 잘 꾸지 않는 편이다. 아니, 꿈을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라고 해야 조금 더 정확하겠다. 그런데 가끔씩 어떤 꿈들은 무작위로 내 기억에 남아있기도 하는데, 그럴 때 엿보게 되는 나의 무의식은 가끔 좀 웃기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요 며칠 사이에 꾸었던 꿈들은 내가 바라는 것들이 너무 솔직하게 드러나 있어서 혼자 웃었다. 오늘은 별 의미 없이 기록하는 2021년 5월의 꿈들.
민아*가 돌아와 있었다. 8월에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인 민아가 느닷없이 평소에도 원래 이곳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집에 있었다. 아직 민아가 돌아오려면 몇 개월이나 남아 있는데도. 나는 아마도 민아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네가 내 꿈에 나왔다고 민아에게 말했다. 민아는 예지몽이라며 웃었다. 민아가 돌아오면, 함께 테니스를 배워보기로 했다. 아주 재밌을 것이다.
*민아는 내 동생으로, 현재 일본에서 지내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고 푸른 수영장에서 수영을 했다. 나는 거대한 물속으로 다이빙을 해 들어갔고, 몸을 거꾸로 숙여 더욱 깊은 물속으로 나아갔다. 물은 살짝 차가운 듯 했지만 이내 익숙해졌다. 숨을 참고 있었지만 가쁘지 않았다. 자유로운 기분이었다.
물이 두려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물은 물밖에서 가능하지 않은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이었다. 언젠가 매일 수영을 하던 날들이 떠올랐다. 한 달 새 두 번이나 수영하는 꿈을 꿨다. 나는 아마도 물을 그리워하고 있는 모양이다.
노숀이가 차를 샀다고 했다. 마시는 차 말고, 붕붕 차. 차를 사기 전까지 차를 사려고 한다는 예고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깜짝 놀랐다. 어떤 차를 샀냐고 물었고, 노숀이는 미니를 샀다고 했다. 원래 볼보를 사고 싶어 하지 않았냐고 묻자, 아무래도 처음 운전을 하고 다니려면 작은 차가 편할 것 같았다고 답했다. 노숀이는 7000만 원을 들였다고 했고, 심지어 일시불로 긁었다고 했다.
줄거리는 뜬금없고 이상했지만, 확실한 것은 실제로 차를 사고 싶은 사람은 나라는 것이다. 차가 사고 싶어 이런 이상한 스토리의 꿈을 꾸게 됐다.
원래 내가 주로 꾸던 꿈은 어딘가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갖은 사건사고와 문제들로 도달하지 못하는 지각에 대한 꿈이었다. 아무리 달려도 온갖 창의적인 방법으로 방해물이 나타나는. 그건 아마도 어떤 불안들이 내 안에 남아 있어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요새는 내가 바라는 것들이 꿈에 나온다. 그렇다면 불안보다 여러 바람들이 내 안에서 더 커진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