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간판을 만들기는 싫어서

사당동 근린생활시설의 설계를 돌아보며

by 선아키


설계를 들어가기 전, 사계 시장 땅을 처음 보러 갔던 그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시장이란 것이 그래야만 사람 냄새나는 장소가 되겠지만 원색으로 이미 칠해져 있던 바닥과 건물의 외벽들, 건물에서 돌출되어 삐쭉삐쭉 튀어나와 있는 가게들의 어닝, 창문이란 창문에 모두 붙어있던 시트지 간판들의 총집합에 나는 꽤 아득해졌다. 여기에 어떤 건물을 지어야 할까. 아니, 애초에 시장 한복판에 거대한 7층짜리 건물을 올리는 게 옳은가? 나는 아직도 그에 대한 답을 자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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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 시장의 건물에서 내가 의도한 것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창문을 없애는 것. 그래서 채광을 위한 창문을 시트지로 막지 못하게 하는 것. 그래서 입체적인 루버로 건물을 죄다 감쌌다. 나는 시장에 그득그득 가득 찬 어떤 욕망 같은 것과 싸우려고 했다. 건물이 거대한 간판이 되도록 놔둘 순 없었다.



원래는 기성 알루미늄 파이프를 잘라 입면 재료로 사용하려고 했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비용을 절약할 수 있지 않을까 했기 때문이다. 결론은 알루미늄을 우리가 원하는 형태로 압출하는 것이 더 저렴했기 때문에, 입면의 호 형태의 알루미늄 외장재는 모두 공장에서 제작을 해 들여왔다. 창문이 없는 곳에는 더 얇고 촘촘한 알루미늄 루버를, 창문이 있는 곳에는 채광과 환기를 위해 넓은 루버를 띄엄띄엄 가져다 붙였다.



결국 간판을 막는 데에 성공했냐 묻는다면, 사계 시장 건물은 내가 설계에 참여했던 건물 중 가장 많은 간판이 붙은 건물이 되었다. 이제 와서는 내가 이걸 막고자 하는 것도 옳은 일인지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이제는 사계 시장에서 사람들에게 어떤 좋은 역할을 하는 건물로 쓰이길 가만히 바라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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