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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아키 Nov 14. 2022

아침 밥상에서 나누는 이야기

<밥>

우리 가족은 아침을 먹는다. 함께 살고 있는 가족 4명은 식탁에 마주 앉아 아침을 먹고, 후식으로 과일을 몇 점 입에 넣고, 영양제까지 챙겨 삼키기까지 대략 30분 정도의 시간을 매일 같이 함께한다. 일반적으로 아침 식사를 시작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누군가가 이례적으로 일찍 나가야 한다면 아침 식사 시간은 그 일정에 맞춰 다 같이 당겨지기도 한다. 아침을 함께하지 않는 경우는 아주 이른 출근을 하거나 공복으로 아침 운동을 갈 때 정도. 예외는 거의 없다. 늦잠을 자고 싶더라도 아침밥은 먹고 다시 자야 한다. 먹기 싫어도 몇 숟갈이라도 떠야 한다. 아프면 아프기 때문에 더더욱 먹어야 한다. 지금껏 그래 왔다.


다른 가족들은 시리얼이나 요거트 정도로 간단히 아침을 먹을지도 모르겠으나, 우리 가족의 아침 밥상은 꽤나 본격적이다. 아침부터 고기를 구워 쌈 싸 먹기도 하고, 갈비찜이나 부대찌개, 생선구이, 양념게장과 같이 일반적으로 저녁 메뉴로 생각되곤 하는 음식들도 우리 집에선 아침 밥상 위로 당당히 오른다. 맛있고 귀한 음식일수록 아침밥으로 식탁에 올라올 확률이 높다. 왜냐면 우리 가족은 주말을 제외하곤 저녁 식사를 함께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침이 모두가 모이는 시간이므로, 아침에 가장 맛있는 메뉴를 먹기로 한다. 아침부터 그런 무거운 음식들이 먹히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먹다 보면 또 먹힌다.



매일 함께하는 30분의 아침 식사 시간에는 먹는 것과 동시에 대화를 한다. 비율로 따지자면 아빠가 가장 많이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나머지 가족들이 듣고만 있는 것도 아니다. 말하자면 근황 토크를 하루하루 조금씩 쌓아 나가는 것과 같다. 회사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이번 주말엔 무엇을 할 것이고 오늘 저녁엔 어떤 특별한 일이 있는지. 그래서 가족들은 서로에게 하루하루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앞두고 있는 계획은 무엇인지, 어디가 아프진 않은지 계속하여 알게 되는 것이다. 아주 작은 부분까지 말이다.


매일 밥을 함께 먹기 때문에 밥에 대한 선호를 서로 굉장히 세밀하게 알게 된다. 누가 어떤 젓갈을 좋아하는지, 우유는 어떤 맛을 좋아하고, 김치는 익은 것이 좋은지 안 익은 것이 좋은지, 어떤 국을 좋아하고 무슨 반찬이 나왔을 때 밥을 많이 먹게 되는지. 과일은 사과가 좋은지 귤이 좋은지, 요플레는 딸기라고 생각하는지 복숭아라고 생각하는지.


사소한 일뿐 아니라 우리 가족의 계획은 보통 아침 밥상머리에서 이뤄진다. 명절에는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가족 여행은 어디로 어떻게 떠날 것인지, 사소하게는 이번 주말 저녁은 무엇을 먹을 것인지. 동생 혼자 P(즉흥적)고, 나머지 셋은 J(계획적)이기 때문에 모든 일에 대한 계획들은 여러 부분과 여러 입장에서 검토되어 결정된다. 하지만 동생은 본인의 의견은 하나도 들어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침 먹으면서 결정한 이야기인데 동생만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밥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밥은 함께하는 것이다. 5분이면 끝낼 수 있는 식사가 30분이 넘도록 이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오랜 시간 한 가지 주제로 대화를 깊이 나누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쌓이는 이야기들의 양도 무시할 수 없다. 가족이 가족 같아지는 것은 밥을 함께 먹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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