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아키 Feb 06. 2023

부산에서 운전을

<부산>

딱 한 번, 부산에서 운전을 해 본 적이 있다. 부산은 왜인지 운전하기 어려운 도시로 악명이 자자했고, 친구들은 굳이 차를 빌려 운전하지 말고 택시를 타자고 했다. 그래서 여러 차례 부산을 방문하면서도 운전을 해 본 적은 없었다. 부산에 가면 차들이 깜빡이를 반대로 켠다느니, 뒤에서 빵빵을 엄청 한다느니, 그런 소문만 아주 여러 번 들어왔다. 그러다 어느 날은 부산 곳곳을 돌아다닐 일이 있어 결국 차를 빌리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부산은 산이 많고, 바다를 두고 길게 늘어진 형상의 도시였다. 서쪽과 동쪽을 가로지르는 도로엔 차가 많았고, 신호도 그에 따라 많았다. 게다가 부산은 신도시도 아니고, 많은 역사가 쌓인 곳이었다. 당연히 자동차가 생기기 전부터 사람이 살고 있어 길은 산과 물을 피한 방향으로 구불구불 나 있다. 산을 피하기 위한 터널이 곳곳에 뚫려 있었고, 물을 피하기 위한 다리가 도시를 관통하고 있다.


대략적인 지리도 모른 상태로 내비게이션의 안내대로 운전을 시작했고, 나는 차가 잠깐이라도 멈출 때마다 내비게이션을 축소하여 큰 방향을 익히려 노력했다. 그래도 쉽진 않았다. 길은 여러 번 갈라졌고 나는 1차선에서 다시 오른쪽 끝 차선으로, 그러다 다시 1차선으로 차선을 끊임없이 바꿔야 했다. 사방에서 차가 각자의 길을 가느라 차선을 바꾸고 있었다. 산을 뚫고 지나느라 터널로 진입하는 것도 여러 번이고, 때로는 고가 위로 올라타기도 했다.



소문처럼 모든 차량이 깜빡이를 반대로 켜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급하게 치고 들어오는 차가 많았는데,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잠깐 직진하다 보면 우회전 혹은 좌회전을 위해 차선을 바꿔야 했다. 정신이 없었다. 그것은 부산 운전자의 특징이라기보다는 도시를 연결하는 도로의 문제인 것 같았다.


다만 부산 운전자들이 더 빵빵 클락션을 울리는 것은 사실이었다. 많이 울린다기보다, 그것은 성질의 탓으로 여겨졌다. 때로 신호에 걸려 가장 앞줄에 서 있을 때가 있었는데 파란 불로 바뀌고 나서 내가 출발하지 않으면 어김없이 뒤차가 클락션을 울렸다. 서울의 기준으로 봤을 때 분명 내가 꾸물댄 것이라 보긴 어려웠는데, 아마 조금 부산의 운전자들이 가진 리듬이 빠른가 싶었다. 성격 급한 난 금세 적응했다. 불이 바뀌면 땡 하고 출발하면 된다. 뒤차가 화내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신호가 바뀐 것을 얼른 나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부산에선 이틀간 운전을 하게 되었는데, 서울보다 좁고 갈래가 많아 어렵기도 했지만 이제 더 이상 무섭지만은 않다. 다음에 부산에 내려가게 된다면, 난 조금 더 익숙하게 다닐 수 있을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차올라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10년 만에 다시 부산에 돌아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