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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아키 Nov 05. 2016

움직이는 도시, 도쿄

사람들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일

나의 동생 민아는 지금 도쿄에서 산다. 민아는 일본에서 대학에 들어갔고, 이제 도쿄에서 산지 4년 차. 혼자 사는 것도 제법 익숙해졌고, 일본인들과 대화도 어렵지 않은 정도가 되었다. 그 시간 동안 민아는 한국에 오래 머문 적이 없었다. 길어도 열흘, 짧게는 2박 3일. 출장 오듯 간간히 한국에 들러 얼굴만 비치곤 했다. 그래서 나는 방학 때 도쿄로 날아가 오래 머물곤 했다.


이번에는 도쿄에 갑작스레 가게 되었다. 민아는 부쩍 많이 외로워했고, 곁에 사람이 없는 것이 힘든 것 같았다. 쉽게 외로워하는 성격이 아닌데도 혼자 지낸 지 4년 차에 찾아온 사춘기 같은 감정이었다. 매일 같이 나에게 전화가 왔고 민아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 했다. 나는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도쿄에 가기로 했다.


민아와 통화를 끝내고 다시 사무실 자리로 돌아와 앉아 검색을 시작했다. 그날은 월요일이었다.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비행기표를 끊었다. 그 주 금요일 저녁에 출발하는 일정이었다. 내가 끊어본 비행기 표 중에 가장 급박한 일정이었다. 



도쿄를 갈 때면 항상 시부야를 들린다. 시부야가 물론 큰 백화점 밀집 지역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본 중 가장 거대한 횡단보도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거대한 횡단보도는 때때로 어떤 그림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만화 속에서 등장하기도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각기 다른 방향으로 향한다.


횡단보도 사진을 계속 보일 때마다 찍고 있는데, 아직까지 내가 왜 이것을 찍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찾지 못했다. 나는 사람들이 한 곳에서 한 곳으로 움직이는 모습에 흥미를 느끼는데, 이것이 언어로 정리되지가 않는다. 나중에 좋은 사진이 충분히 모이면, 그것을 연작으로 묶어 볼 생각.




일본의 전차는 꼭 지하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서, 가끔 이렇게 기찻길을 만나게 된다. 도쿄 안에서도 꽤 많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들었던 것 같은 땡땡 소리가 나면서 차단기가 내려오고, 기차가 지나가고 나서야 다시 길을 터준다. 



아직까지 도쿄의 많은 역사 안에는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데, 그렇다고 도쿄 전차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자살시도 수가 적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까지 고집스럽게 스크린도어 설치를 하지 않고 있는데,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스크린도어에 실수로 끼어 사고가 난 것을 보면 설치하지 않는 것이 맞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진 찍기도 더 좋고.


이번에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려고 시나가와 역까지 가려고 하는데, JR 야마노테센에서 자살 시도가 있어 열차 운행이 중지되었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JR 라인이 멈추자 몇 정거장 안 되는 시나가와 역까지 가는 길이 엄청 오래걸렸는데, 덕분에 비행기를 놓칠 뻔했다. 공항에서 엄청 뛰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차가 멈추자 사람들이 가던 길을 되돌아 나가는데, 아무도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지 않았던 모습. 그저 일상인 것처럼 도쿄의 시민들은 역 밖으로 나가 버스를 타거나, 다른 라인의 전차를 타고 이동했다. 1년에 몇 번씩 이런 일이 있다고 민아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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