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채희(5)

단칸방, 돼지고기, 곤로

by 김수달

엄마 채희는 스물한 살에 결혼했다.
신혼살림의 첫 시작은
서울 문정동의 단칸방이었다.
방은 정말 작았다.
이불을 두 장 펼치면 바닥이 꽉 차고,

가구라고 해봤자,
부직포로 된 간이 옷장 옛날 시대극 보면 나오는 가구말이다. 행거, 곤로, 작은 서랍하나,
그래도 둘이 누울 공간이 있었고,
웃을 시간이 있었으니 충분했다.
밤마다 지붕 위에서는
쥐가 돌아다녔다.
발소리가 또각또각 들릴 때,
엄마는 처음엔 무서워서 울 뻔했다고 했다.
하지만 일주일쯤 지나자
그 소리마저 집의 일부처럼 들렸다.
“우리, 쥐랑 셋이 사는 거네?”
엄마는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 성일은
가구 공장 시다로 취직했다.
스물세 살 청년에게 주어지는 월급은
작고도 가벼웠지만
엄마를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그를 자랑스럽게 만들었다.
그래서 첫 월급날,
성일은 정말 큰 마음을 먹고
삼겹살을 조금 사 왔다.
그 시절 단칸방에서는
삼겹살 냄새가 밖으로 새면 큰일이었다.
누가 냄새 맡고 찾아올까 봐,
문도 닫고, 창문도 닫고,
심지어 틈새마다 신문지를 끼워 넣었다.
삼겹살이 곤로 위에서 지글거릴 때,
둘은 신혼부부답게 신났고,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냄새가 났다.
하지만 그 곤로 아래에는
연탄이 있었다.
공기가 돌지 않는 단칸방은
점점 숨 막히는 냄새로 가득 찼다.
엄마는 숨이 턱 막히며 쓰러졌고,
아버지도 그대로 기절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삼겹살은 반쯤 타 있었고,
둘은 서로를 보며 깔깔 웃었다.
“야, 우리 죽을 뻔했다.”
“그래도 행복했다.”
엄마는 지금도 그때를 말할 때마다 웃는다.
“아무것도 없었어.
근데, 너무 좋았어.”
그 말을 듣는 나는
엄마의 신혼을 상상한다.
세상에 가진 게 적어도,
둘이 나란히 앉아
쥐 소리 들으며 삼겹살 먹던
스물한 살의 채희.
신혼이라는 건
넉넉함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웃을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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